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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法에 속타는 院外.무소속후보-속수무책 現役 의정보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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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11총선이 원천적 불공정게임이 되고 있다.한명은 이미 달리기 시작해 결승점 가까이 도착했는데 다른 주자들은 출발선에 묶여있다.바로 현역의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정비된 통합선거법 때문이다.
현행법은 현역의원이 의정활동 보고를 빙자한 사전선거운동 성격의 의정보고회와 의정보고서배포를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다.반면원외지구당위원장이나 무소속후보는 이같은 활동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그래서 선관위조차 후보자간의 기회균등원 칙에 크게 위배된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선관위 파악으로는 최근 한달동안 의정보고회를 2백회 개최한 의원도 있다고 한다.유권자를 무차별로 불러모아 자신의 지역구사업추진내용과 의정활동을 「일방적」으로 소개한 의정보고서나 비디오테이프를 배포하고 상영한다.유권자들에게 김밥과 떡.과일과 음료가 제공된다.반면 해당의원의 상대역인 원외지구당위원장이 이런짓을 했다간 당장 구속이다.기껏 당원교육을 할 수는 있지만 비당원이라도 참석했다간 고발당한다.그나마 다과는 한지구당에 기백명에 불과한 「관리장급이상 당직자회 의」에서만 제공할 수 있다.무소속은 더 한심해 사무실도 낼 수 없다.
국민회의 신기남(辛基南.강서갑)위원장은 『동네 쓰레기통에서까지 상대인 현역의원의 의정보고서가 나뒹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자신은 명함밖에 돌릴 수 없으니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신한국당 보령지구당의 최일영(崔一永)위원장측도 상대의원이 마을회관등에서 하던 의정보고회를 개인집.아파트로 무차별 확산하는것을 보고 속을 태우고 있다.
이들 의정보고서에는 국회입법은 모두 자신이 한 것처럼 「과장」한 것이 대부분.어떤 의원은 지역구 주변의 개발사업과 주요 국책사업을 몽땅 슬라이드 사진으로 보여주고 『이 사업을 마무리하려면 한번 더 국회로 보내달라』고까지 해 상대편 에서 선관위에 「불법」여부를 물었으나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답변만 듣고 말았다.
의정보고회 고지현수막을 대로에 선거플래카드처럼 걸어놓고 모임이 끝난 며칠후까지 철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현역의원 자신이『현역프리미엄이 절대적이다.원외는 공고일까지는 손발 다묶여 있다』고 자신감을 보일 정도다.이처럼 현역은 정치 신인의 등장을「제도적」으로 방해하고 기득권을 지키려하고 있다.
현역의원은 경로당을 찾아 떡.다과.음료를 내놓고도 「의정보고회」라는 제목만 붙이면 가능하다.의정보고활동에 드는 비용은 선거비용에도 합산되지 않는다.
후원회를 해도 의원은 「×××후원회」지만 원외는 「××지구당후원회」일 뿐이다.학력.경력게재가 금지된 원외 명함은 자신이 돌려야만 하나 학력.경력이 깔린 의정보고서는 당원에 의한 무차별배포가 가능하다.원외의 설움은 그래도 무소속의 한(恨)에 비하면 낫다.신한국당 공천에서 탈락,무소속을 택한 김일주(金日柱.안양동안)씨는 과거 신한국당지구당사의 사무실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게재해서도 안된다는 선관위 지적에 따라 하루아침에 간판마저 내려야 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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