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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없는 화가’ 석창우씨 열정의 블로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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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22면

2004년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조인스 블로그는 지난 4년여 동안 회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섰다. 블로거 사이에 조인스 블로그는 ‘조블’로 통한다. 스스로를 ‘조블러’라고 칭하며 서로를 ‘우리 조블 식구’라고 부른다. 채 50㎝도 안 되는 사각 모니터 안에서의 만남이지만 댓글과 답글·쪽지로 형성된 조블러의 유대관계는 ‘한마을’이라고 할 만큼 끈끈하다.

조인스 블로그의 대표 블로거 4인

조블은 네티즌이 운영하는 일반 블로그는 물론 중앙일보와 일간스포츠 기자들이 운영하는 ‘기자블로그’,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CEO블로그’, 의사·한의사·상담심리사 등이 가려운 곳을 콕콕 긁어 주는 ‘건강블로그’ 등으로 특화돼 있다. 각자의 활동 분야에서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네티즌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는 파워블로거 4인을 소개한다.

양기화씨의 ‘건강블로그’
대한의사협회 연구위원인 양기화(55) 의학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조블’의 건강 지킴이다. 그의 블로그(blog.joins.com/yang412)에는 치매·뇌졸중·에이즈 등에 관한 건강 상식에서부터 보건 및 약품 정책,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광우병에 관한 글까지 다양한 의학 정보들이 가득하다. 그가 뇌졸중 초기의 블로그 친구를 살린 일은 한 편의 드라마다. 양 박사는 지난해 4월 블로그에 글을 올리던 중 “내 몸이 이상하다. 급히 연락을 바란다”는 쪽지를 받고 문진을 했다.

그 결과 증상이 뇌졸중과 비슷함을 직감한 양 박사는 즉시 구급차를 불러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갈 것을 조언했다. 예상했던 대로 뇌출혈이 있었고 병원 의료진과 연락을 취하면서 초기 대응을 잘해 건강을 회복했다. 양 박사는 “뇌졸중은 첫 증상이 나타난 후 3시간이 아주 중요한데 그때 쪽지를 받지 않았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상상하면 아찔하다”고 말한다. 이 사건을 두고 한 블로거는 “블로그가 사람을 살린 것 아니냐”고 했을 정도다.

그는 촛불정국 속에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5월 블로그에 올린 ‘광우병에 관한 괴담들의 진실은?’이란 글에 댓글이 1100여 개가 달렸다. 이 글은 인간광우병이라고 알려진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vCJD)에 관한 견해를 밝힌 것인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백천씨의 ‘노래블로그’
대중음악평론가로 유명한 이백천(76)씨. 그의 블로그(blog.joins.com/baick)에는 희수(喜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식지 않는 음악과 소리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 1964년 TBC-TV 개국 때 PD를 지냈고 70~80년대 TV 방송의 가요프로그램에서 대중가요 평론으로 이름을 날렸다. 수많은 가수의 후원자였던 그가 이제는 블로거로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조인스 블로그에 둥지를 튼 것은 3년 전.

가수 조영남씨가 붙여줬다는 ‘똘강’이라는 별명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어 블로거들은 그를 “똘강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음악과 가수, 그리고 소리에 관한 글을 올리는 그는 새벽까지 젊은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블로그 폐인’이 돼 버렸다. 지난해에는 고양·광주·제천 등 지방을 돌며 블로그 음악회를 주도했다. ‘이백천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이동원·홍민·추가열 등이 가세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는 매달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서 ‘석양 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의 블로그 음악회가 인연이 되어 고양시에서 상설공연으로 지원하게 된 것이다. 단순 음악회에 그치지 않고 블로그 친구들이 함께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공연 내내 서서 사회를 보는 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좌중을 압도하는 유머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석창우 화백의 ‘온라인 갤러리’
‘선과 묵과 누드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블로깅을 하고 있는 성엣장(닉네임) 석창우 화백(blog.joins.com/cwsuk). 석 화백은 원래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전기공학도였던 그는 젊은 시절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고 난 후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 것이다. ‘팔 없는 화가’로 유명한 그에게 장애는 작품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지난 10년간 23회의 개인전을 연 데다 독일·중국 등 해외 초대전까지 그 누구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블로그에 올려놓고 블로거들과 공유하고 있다. 작품을 본 블로거들은 “석 화백의 인간승리 드라마만큼 힘이 넘치면서도 직관적이고 간결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화선지에 붓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하는 그의 크로키에는 힘과 스피드가 배어 있다. 그의 전시회에 가면 첫날 오프닝 때 으레 10m 이상의 화선지에 시연을 하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갈고리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생활하는 그에게 자판기로 글을 써야 하는 블로그는 또 하나의 장벽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댓글에 답을 하는 그의 솜씨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빠르다.

블로거들과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다. 두 팔이 없는 그이지만 술과 안주는 누구보다 많이 먹는다. 함께 자리를 한 블로거가 모두 그의 손이 돼 주기 때문이다.
 
김용철씨의 ‘경영 혁신 블로그’
“강물 위만 보고는 대어를 잡기 어렵죠. 출렁이는 붕어 정도밖에는 없을 테니. 물 속 깊이 내려앉아 유영하는 대어를 잡으려면 낚싯대를 길게 드리우든가, 강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용컨(blog.joins.com/lovelynx)’이 다른 블로거가 정부의 인사 논란에 대해 “청렴결백한 인재는 없을까”하며 남긴 댓글에 단 답글이다. 용컨 김용철(44)씨는 경영혁신·6시그마 분야 컨설턴트다. 그는 39세에 국내 최고의 기업에서 부장을 달 정도로 잘나가던 샐러리맨이었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허울보다 인생에 새 장을 열겠다”며 시작한 컨설턴트 3년차. 그는 전국을 돌며 유수의 기업들에서 강연을 한다. ‘한탕’(강연을 뜻하는 그만의 용어)을 뛰기 위해 지난 9일 하루에만 대전과 포항, 용인을 오가며 강행군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국을 돌며 발품을 팔다 보니 그가 블로깅하는 시간은 주로 밤 시간대.

밤 1~2시는 예사이고, 3시를 넘겨 글을 올리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혁신과 자기계발에 관한 열정적인 글들은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용컨의 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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