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같은 3위' 최경주 "경기 집중하려 리더보드 안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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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8번 홀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최경주는 현지 언론의 인터뷰 쇄도로 한동안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상기된 표정의 최경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라운드였다. 심한 압박 속에서도 좋은 스코어를 내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최종 4라운드에는 30여명의 교민들과 부인 김현정(33)씨, 큰아들 호준(7)군이 갤러리 틈에서 애태우며 선전을 빌었다. 당당히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친 최선수는 골프장 인근의 한국 식당에서 교민, 소속사인 슈페리어 직원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했다.

-마스터스 단독 3위 소감은.

"내가 이런 성적을 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늘 라운드는 내 골프 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해 공동 15위였기 때문에 올해는 10위권 이내에 드는 게 목표였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 무척 기쁘다. 돼지 한 마리 잡아야 하지 않겠나."

-11번 홀에서 이글을 잡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전반에 보기 2개를 범한 뒤 후반에 만회해 오늘은 이븐파만 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11번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그린 위를 구르더니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잘 맞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갑자기 갤러리의 환호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원래 4번 아이언으로 칠 생각이었는데 베테랑 캐디인 앤디(앤디 프로저.독일)가 5번 아이언을 권했다. 캐디의 말을 따라 5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나 스스로 그런 샷을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후반 들어 퍼트 감각이 좋았다.

"전반에는 2~3m 거리의 퍼트가 잇따라 빗나갔는데 11번 홀 이글 후 자신감을 되찾았다. 13번 홀에선 1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만약 컵 속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내리막 라이를 타고 흘러 물에 빠졌을 것이다. 아멘 코너에서 속으로 '아멘'하고 외쳤다. 파3의 16번 홀에선 프로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내리막 슬라이스 라이에 걸렸는데 2.5m 거리의 퍼트가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내가 생각해도 만점짜리 퍼트였다."

-라운드를 하면서 리더보드를 확인했나.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리더보드를 쳐다보지 않았다. 17번 홀에 와서야 비로소 리더보드를 흘낏 쳐다봤다. 언뜻 보니까 3위였는데 우승은 어렵더라도 2위는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계획은.

"이번 주엔 텍사스주 휴스턴 집에 돌아가 푹 쉴 계획이다. 그 다음 셸 휴스턴 오픈과 HP클래식.와코비아 대회 등에 3주 연속 출전한다. 그리고 중국에서 열리는 유럽 투어에 참가한 뒤 5월에 SK텔레콤 클래식 출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오거스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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