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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이야기] ‘이열치열’ 삼계탕 쇠고기보다 고단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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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이번 주 토요일(19일)은 초복이다. CJ프레시웨이가 최근 직장인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양식 하면 생각나는 음식’ 1위는 삼계탕(61%, 492명)이었다. 다음은 개고기(229명)ㆍ장어(28명)ㆍ추어탕(14명) 순서였다.

‘양기에 눌려 음기가 엎드려 있는다’(『지봉유설』)는 복날, 우리 선조는 육개장·개장국·삼계탕·민어탕·임자수탕·적소두죽을 즐겨 먹었다. 복날 대표 음식인 삼계탕의 정확한 명칭은 계삼탕(鷄蔘湯)이다. 민간에선 여름철 성약(聖藥)으로 통한다. 예부터 복날 더위를 쫓기 위해 먹었다. 여름에 섭취하면 땀이 덜 나고 몸에서 기운이 솟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방에선 약성이 강한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음식으로 친다. 음식의 성질이 열성(熱性)이기 때문이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과 인삼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 ‘환상의 커플’이다. 동물성인 닭고기와 식물성인 인삼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준다. 또 닭고기에 인삼을 넣으면 누린내가 싹 가신다.

닭고기의 ‘몸값’은 여름철에 더 올라간다. 영양학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위를 심하게 느끼면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닭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소화ㆍ흡수가 잘되며 쇠고기보다 단백질 함유율이 높기(19%) 때문이다. 쇠고기에 비해 불포화 지방(혈관 건강에 유익)의 비율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요즘 삼계탕엔 대개 부화한 지 35일쯤 지난 영계(어린 닭, 500∼600g)가 들어간다. 원래는 오골계를 넣었다. 오골계는 살갗이 검은 토종 영계로 맛이 독특하고 씹히는 맛이 다르다.

인삼은 원기를 회복시켜 주며 피로·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건강식품이다. 또 심장 기능을 강화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이런 약효는 사포닌(진세노사이드) 성분 덕분이다. 삼계탕엔 보통 백삼(수삼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이 들어가지만 수삼(밭에서 캐낸 인삼 원형)을 넣어도 괜찮다.

삼계탕엔 이 밖에 황기ㆍ마늘ㆍ찹쌀ㆍ밤ㆍ대추 등이 들어간다. 마늘의 독특한 냄새 성분인 알리신은 항암 성분이면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밤ㆍ대추는 위를 보호하고 빈혈을 예방하는 약성을 지닌다.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황기는 습기로 인해 몸이 무겁고 다리가 붓는 것을 막는 데 유익하다.

단점은 지방 함량과 열량이 꽤 높다는 것이다. 지방을 적게 섭취하려면 닭 껍질을 제거한 뒤 삼계탕을 만들면 된다. 닭고기는 껍질에 지방이 집중돼 있다. 탕을 끓이면서 떠오르는 기름은 걷어낸다.

열량도 높긴 하지만 복날 특식으로 한 그릇 먹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성인의 하루 권장 열량은 남성 2600㎉, 여성 2100㎉인데, 삼계탕 한 그릇은 780㎉ 정도다. 다만 과체중ㆍ비만인 사람은 “삼계탕이 라면이나 자장면보다 열량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평소 몸에 열이 많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인삼은 넣지 말고 닭의 껍질 부위를 떼어 내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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