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사건 전말 … 일출 12분 전 식별 못한 이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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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책반을 구성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북측이 현대아산에 전달한 사건 개요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왜 새벽에 홀로 군사지역 들어갔나= 비치호텔 폐쇄회로 TV에 박씨의 모습이 잡힌 건 11일 오전 4시30분. 이 시간에 박씨가 호텔을 나선 건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고 일출 시간까지 30여 분 근처를 산책하다 군사지역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해변을 끼고 1㎞가량의 산책로가 있는데도 반대쪽 군사지역으로 향한 건 의문이다. 금강산 인근은 북한의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특히 박씨가 묵었던 비치호텔 앞의 장전항은 북측이 해군기지로 사용하던 군항이어서 관광지 이탈은 물론 바다를 향해서는 사진 촬영도 금지하고 있다. 현대아산 안내원들이 관광객들에게 가장 먼저 주의를 주는 내용이다.

◇경비병들 왜 제재 않았나=장전항 인근에는 북한군 2~3명이 경비를 서는 초소가 곳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씨가 군사지역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이다. 이들 초병들은 24시간 관광객들이 사진 촬영을 하거나 산책로를 이탈하는 것을 감시하고 발각 시 벌금을 부과한다. 최근 금강산을 다녀온 한 관광객은 “바다를 향해 사진 촬영을 하고 인근 횟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북한군 관계자가 찾아와 사진을 지운 적이 있다” 고 말했다.

◇초병의 사격 과잉 아닌가=박씨가 군사지역 진입 후 초병의 정지명령에 불복했더라도 사격을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1일 이 지역의 일출 시간은 5시12분이다. 사건 발생 시간이 일출 12분 전이지만 민간인 복장을 한 50대 여성을 식별키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박씨를 발견한 이후 초병이 달려오거나 인근 초소의 초병을 동원해 박씨를 정지시키고 경위를 물을 수도 있었다. 박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초소에서 1㎞ 떨어진 곳이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AK소총의 유효사거리(400m)를 고려하면 초병이 박씨에게 근접해 사격을 했거나 초소에서 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북한군의 과잉 대응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떻게 군사지역에 들어갔나=금강산 지역은 높이 2m 연두색 울타리로 관광 지역을 구분하고 있다. 울타리 안쪽에서는 관광객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나 바깥쪽 출입은 절대 금물이다. 박씨가 이 울타리를 넘지 않았다면 해안가 울타리 끝을 돌아 군사지역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 통보 왜 늦었나=북측이 사건 발생 4시간20분 뒤 현대아산에 통보한 점도 석연치 않다. 현대아산과 북한의 명승지개발지도국은 하루에 한 번 이상 만나 현안을 논의한다. 긴급 상황 발생 시 무전이나 유선전화를 이용해 통보하는 연락 체계도 유지하고 있다. 북한 군의 보고 절차로 늦어졌을 수는 있지만 철저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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