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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대학도 글로벌 경쟁…기여입학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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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세대는 그동안 국내 최고의 명문 사학이라며 자만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대학도 기업처럼 글로벌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를 벗어나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연세대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연세대 제15대 총장으로 취임한 정창영(鄭暢泳.61) 신임 총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재임 4년간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鄭총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재정 확충'과 '학부 교육의 질적 향상'을 내놓았다.

대학 재정을 더 튼튼히 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한 鄭총장이 밝힌 대학 기금 목표는 1000억원. 그는 재원 확충을 위한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기여우대 입학제 계속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鄭총장은 "글로벌 경쟁 체제 하에서는 대학의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여우대제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기여우대제를 둘러싸고 찬반론이 팽팽한 만큼 그 필요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이해시킨 뒤 도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금 운용 회사를 만들어 전문 펀드 매니저로 하여금 발전기금을 불려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여 학교 운영 경비의 10%가량을 줄이고, 공과대 교수들이 갖고 있는 1000여개의 특허가 제 값을 받고 팔려 상용화될 수 있도록 대학 측이 자본과 경영을 지원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鄭총장은 "이런 노력들이 성공하면 대학 운영에서 등록금 의존도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매년 되풀이되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鄭총장이 내건 비전 중 하나인 '학부 교육의 질적 향상'에 대해선 "학부모로부터 '아이를 대학에 보내면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처럼 학부 교육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1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세계와 경쟁하도록 만들 것이며, 연세대가 학문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5~10개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간강사 의존도를 낮추고 전임교원 강의를 늘리는 한편 교수와 학생간 '끈끈한 관계'를 맺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역 학부제를 보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鄭총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초청연구원을 지내는 등 학계에선 경제발전론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개방적인 사고로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편이라 소장파 학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동료 교수들은 평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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