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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주유소 사업에 ‘기름칠’시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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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정부가 시장경쟁을 통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뒤 처음으로 대형마트인 신세계 이마트가 주유소 사업 진출에 나서자 기존 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주유소 사업 진출을 위해 주임급 유류 담당 경력사원을 모집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모집 대상은 정유사에 근무한 지 3~5년 이상 된 경력자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유소 사업 진출을 검토하기 위한 시장조사 담당자를 뽑고 있는 중”이라며 “경쟁사인 롯데마트는 그룹 내 석유사업 부문이 있지만 우리는 없기 때문에 필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주유소를 언제 개점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를 통해 얻는 직접적인 이윤보다 고객 서비스와 집객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도 “지방의 6~7개 이마트 점포에 주유소 설치가 가능하다는 내부 검토가 끝났다”며 주유소 진출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정유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등과 제품 공급에 대해 협의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 초 주유소의 상표표시 규제를 풀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대형마트가 자체 브랜드(PB)로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었다.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유통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를 깨 기름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예를 들어 ‘이마트 주유소’나 ‘롯데마트 주유소’ 운영을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월마트나 코스트코, 영국 테스코 등 대형마트는 주차장에 이런 PB주유소가 많다.

하지만 기존 주유소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 1만3000여 개 주유소 업자 모임인 한국주유소협회는 최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 공문을 보내 “대형마트들의 주유소 사업 진출을 전면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회 측은 이 공문에서 “지금도 주유소의 수지 구조가 열악해 휴·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대형마트까지 뛰어들어 가격할인 경쟁을 벌이면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형마트들이 끝내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면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이들 매장의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측은 올 3월에는 정부가 추진한 주유소 가격정보 공개 시스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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