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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빈민교육 혁명 일으킨 ‘파워 커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의 비영리 재단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TFA)’ 설립자인 웬디 캅(41)과 그의 남편이자 비영리 교육재단 ‘지식은 힘이다(Knowledge Is Power Program·KIPP)’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바스(42). 두 사람은 미국 교육 개혁을 선도하는 ‘파워 커플’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캅은 1989년 프린스턴대 석사학위 논문으로 교육 불평등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이 논문을 바탕으로 90년 TFA를 설립했다. 이 재단은 일류 대학 졸업생들을 선발해 5주간 집중 연수시킨 뒤 2년 이상 빈민 지역에 교사로 파견한다. 교내 폭력과 마약 등으로 얼룩진 학교에 우수 교사를 보내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높이고, 역할 모델을 제시해 미래 설계를 돕자는 취지였다. TFA는 교육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향상됐고,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이 늘었다.

그러자 기부금이 줄을 이었다. 미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와 구글 등을 후원사로 둔 TFA는 올해 예산이 1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배출된 1만4000여 명의 교사는 44만여 명의 학생을 가르쳤다. 한국계로 워싱턴DC 교육 개혁을 이끄는 미셸 리 교육감도 TFA 출신이다. 일류대 졸업생들은 앞다퉈 TFA에 자원하고 있다. “빈부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캅의 외침에 공감한 것이다. 캅은 올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다.

바스는 TFA 출신 교사들이 94년 만든 KIPP의 CEO다. 하버드대 재학 중 가난한 고등학생들의 학업을 돌보면서 교육 개혁가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뒤 TFA에 합류했으며, 98년 캅과 결혼했다. KIPP는 1만4000명의 학생이 다니는 57개 공립학교를 위탁 운영한다. 학업 성취도가 낮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학생이 90% 이상이다. KIPP는 교장의 60%를 TFA 출신으로 뽑는 등의 노력을 한 결과 학생들의 학력이 크게 신장됐다.

바스는 “미국이라는 기회의 나라에서 출생이 삶을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사람은 최고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가=캅이나 바스와 같은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는 빈곤이나 교육 불평등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 경영기법을 활용한다. 이들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주목을 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역설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소외 계층을 배려하는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교를 위한 새 지도자(New Leader for New School)’도 빈민 지역 교육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 기관은 학업 성취도가 낮은 도심 슬럼가 학교에서 개혁을 이끌 교장을 선발·연수한다. 올해 2900만 달러의 예산은 정부와 민간 기관에서 절반씩 지원받았다. 비영리 청소년 교육기관인 ‘이어업(Year Up)’은 고교를 졸업한 저소득 청소년을 선발해 6개월간 교육시킨 뒤 6개월간 메릴린치 등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준다. 각 청소년에게는 멘토를 배정해 직장을 구하거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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