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이웃나라 관계와 정치가의 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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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지명)를 둘러싸고 일.한(日韓)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이번 사태는 정치가의 잘못된 인식이대립으로 발전한 전형이라 해도 좋다.
문제의 발단은 다케시마의 부두건설 계획에 관한 한국측 보도였다.자민당내에서 「왜 북방영토의 경우처럼 항의하지 않는가」라는강경론이 나왔기 때문에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상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항의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항의」표명이 한국민의 감정에 불을 댕겼다.일.한 양국은 지금까지 다케시마가 영토문제로 표면화되는 것을 피해왔다.이 때문에각의나 공식회의 때마다 각기 영유권을 선언,「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문제가 존재함을 확인해 왔다.특히 일본측은 「유감의 뜻」을 표명하는데 그쳐왔다.
자민당내 강경론은 이런 경위를 배려하지 않은 채 「한국에 대해 참아서는 안된다」는 감정론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그러나 감정나는 대로 외교를 진전시킨다면 정치가도,외교관도 필요없다.
최근의 일.한간 마찰과 대립은 일본 정치가의 무지와 분별없는언동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고 싶다.일.한 관계는 내정(內政)감각으로 간여해서는 안된다.
일본정치가에 대한 한국지도자의 불신감정의 싹은 지난해 대북한쌀지원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한국정부에 자세한 설명도 하지않고 시작한 쌀지원으로 한국정부가 거듭 곤경에 처했다는 원한이 남아 있다.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경악과 고뇌는 일본 정치가의 상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金대통령은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정무조사회장등 방한단과의 회견을 취소했다.방한단이 북한방문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과의 회견을 이용할 의도가 아닌가 하는 경계감 때문이 아닐까. 일.한 양측은 양쪽 모두 상대국의 사정을 잘 아는 정치가.지도자가 없는 현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한국이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과민인 시기에 일본이 영유권문제로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金대통령은 한국의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그러기 위해 일본과의 우호관계가 불가결하다.일본을 잘 알면서 직언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말에 金대통령이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일본 또한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일.한관계를악화시켜서는 안된다.이웃나라와의 관계를 양호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나라는 국제사회의 신뢰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리=노재현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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