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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박빙의 승부처] 경기 수원 영통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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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경기 수원 영통
DJ 때 청와대서 한솥밥…"내가 더 경제통"

어떤 스포츠든 전술이 비슷한 팀끼리 붙었을 때 싸움이 가장 치열한 법이다. 선거 역시 그렇다. 이번 총선에선 신설 선거구인 경기 수원 영통이 대표적이다. 유력후보 두명이 모두 '경제통'을 자임한다.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한현규(한나라당) 후보와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진표(열린우리당) 후보가 그들이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 말기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적도 있다. 韓후보가 건설교통비서관을, 金후보가 정책기획수석을 지냈다. 행정고시는 金후보(13회)가 韓후보의 7기 선배다. 경제전문가끼리의 싸움이다 보니 자연스레 경제정책이 최대 이슈다. 6조원을 들여 2010년까지 이의동 일대 340만여평을 행정.산업 신도시로 개발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韓후보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주도해 자족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기도 정무부지사 시절 이곳의 신도시 개발계획 수립을 주도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반면 金후보는 "세부계획 수립과정에서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조 없이는 성공적인 개발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제부총리 경력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막판 판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韓후보는 "이제는 1~2% 싸움"이라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金후보 측은 낙승을 자신한다.

지역주민들은 "누가 좋을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다. 오광한(51.건설업)씨는 "경기도와의 협조를 생각하면 韓후보가 적합할 것 같고, 중앙정부의 도움을 기대하자면 金후보가 적당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수원시의회 의장을 지낸 김종열 후보가 이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현수(자민련).정경식(녹색사민당).한동근(민주노동당).이미경(무소속) 후보도 뛰고 있다.

수원=김선하 기자

*** 부산 영도
김형오.김정길, 같은 지역서 세번째 대결

질기디 질긴 악연이다. 부산 선거구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영도. 한나라당 김형오 후보와 열린우리당 김정길 후보가 양보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14대와 16대에 이어 두 사람이 맞붙는 것만도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사이다.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탐색전은 할 필요도 없다.

4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김형오 후보는 소형인쇄물에 '영도가 키우는 대통령감'이란 글을 적어 넣었다. 그는 "배 안의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리면 결국 배가 가라앉는다"며 "1당 독재를 견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두 차례 쓴 잔을 마신 열린우리당 김정길 후보는 '영도를 확 바꿉시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친구로 직언도 서슴지 않겠다"면서 "이번 한번만 도와주면 영도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전 초반 부산 표밭을 뒤흔든 탄핵안 가결 역풍은 열린우리당 金후보를 부풀게 했다. 하지만 종반에 접어들면서 한나라당 金후보의 추격이 거세 판세는 점점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요일인 지난 11일 김정길 후보는 청바지 차림으로, 김형오 후보는 운동화를 신은 채 영도의 골목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금방 악수하고 돌아섰던 사람을 쫓아가 또 악수할만큼 후보들의 초조감은 거의 안달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역개발 욕구가 높은 지역구다 보니 "정부 예산을 유치해 희망특구를 만들겠다"(김정길), "살 맛 나는 영도를 만들겠다"(김형오)는 공약 경쟁도 치열하다.

두 후보의 틈을 비집고 자민련 한영중(42)후보는 머슴 차림을 한 채 한 표를, 민주노총 부산본부 회계감사 출신인 민주노동당 유장현(44)후보는 "새 사람을 뽑자"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박승희 기자

*** 전남 나주 - 화순
민주.열린우리 각축 속 무소속 거센 도전

호남에서 무소속 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까. 예전엔 민주당 독식구도 아래서 몇몇 무소속 후보가 인물론을 내세우며 틈새 공략에 성공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새로운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통에 무소속 후보들이 숨 쉴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전남 나주-화순은 상황이 좀 다르다. 행자부 장관을 지낸 최인기 후보가 양강 구도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崔후보는 지난해 12월 민주당에 입당한 뒤 이 지역 후보자리를 놓고 민주당 배기운 후보와 석달 넘게 티격태격 신경전을 거듭했다. 그러다 중앙당 지도부가 경선 없이 裵후보를 낙점하려 하자 이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의 지루한 자존심 싸움에 지역주민이 식상한 데다 때마침 몰아친 탄핵 후폭풍에 裵.崔후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한동안 열린우리당 문두식 후보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달 초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崔후보의 인물론이 조금씩 먹혀들어갔다. 최근엔 裵후보마저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1배를 앞세워 전통 지지층 결집에 나서면서 지금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전양상이다.

裵후보는 "어찌됐든 50년 된 정당인데 한번은 더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읍소전략'으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文후보는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며 '새 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다. 반면 崔후보는 "낙후된 지역을 책임지고 발전시킬 적임자는 바로 나"라며 '검증된 인물론'으로 기어이 무소속 신화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한나라당 전남도지부 대변인인 원종열(56)후보, 지역언론인 출신인 자민련 구봉우(56)후보 등도 열심히 표밭을 누비고 있다.

나주.화순=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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