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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연가스 쇼크”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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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3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또 다른 에너지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의 조너선 스턴(56·사진) 박사는 10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009년 말부터 한국의 천연가스 공급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연가스는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14%(지난해 2560만t)를 차지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연구소의 가스부문 책임자인 스턴 박사는 천연가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아시아의 천연가스』라는 책을 최근 재출간한 그는 이날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국제세미나에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문제점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파이프천연가스(PNG)를 공급받으려던 한국 정부의 계획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턴 박사는 “한국은 러시아 동시베리아의 코빅타 가스전에 관심을 갖고 기반공사를 해왔지만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이 지역 가스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은 코빅타에서 중국을 거쳐 서해로 연결되는데, 러시아와 중국 간의 가스 가격 협상이 깨지면서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그는 “극동 사할린이나 동시베리아 차얀딘스코예에도 가스전이 있지만 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공급은 2020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PNG 공급 시기(2013년)보다 한참 늦은 것이다.

배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새로 개발되는 가스전은 많지 않은데, 아시아 지역 수요는 급증하기 때문이다. 스턴 박사는 “가스전을 새로 개발할 수 있는 곳은 호주 정도지만 기존의 주요 수입국인 일본·한국·대만뿐 아니라 최근엔 중국·싱가포르·태국까지도 LNG 수입에 뛰어들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연간 3500만~5000만t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우리나라는 PNG를 2020년까지 들여올 수 없고 LNG 공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수요는 계속 늘어 2011년이면 860만t의 천연가스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내년까지 새로운 공급선을 뚫지 못하면 내년 말부터는 심각한 상황이 닥친다”는 게 스턴 박사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한국이 가스전 개발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합병하는 게 가스전 개발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두 공사의 합병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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