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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면 돈을 준대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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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 5월 29일자 이 난에 ‘기름값 비싸면 자전거 타면 되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반응이 괜찮았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글 마무리로 쓴 ‘되고송’을 따라 불렀다. ‘기름값 겁나면/자전거 타면 되고/자전거 없으면/걸어가면 되고…’.

그러다 보니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다른 취재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도 꼭 자전거 얘기를 나눴다. 어떤 분이 “서울시 25개 구에서 각각 색깔이 다른 대여 자전거 시스템을 운영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무릎을 쳤는데, 알고 보니 이미 송파구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고, 강남구와 마포구, 경기도 과천시와 고양시 등에서도 민간 위탁 방식으로 곧 시작한다고 한다.

무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는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벨리브(VELIB) 프로젝트’가 시초다.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라는 말의 합성어인 벨리브는 요금이 공짜에 가까울 정도로 싸고, 빌린 곳에 다시 반납하지 않아도 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파리 시내 벨리브 대여소는 750곳이고 비치된 자전거는 1만600대다. 29유로(약 4만7000원)만 내면 1년 내내 무한정 이용할 수 있다. 첫 달에 정기 회원으로 5만 명이 등록했고, 이용자가 150만 명에 달했는데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용자는 벨리브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린 뒤 목적지 근처의 대여소에 반납하면 된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JC드코’사는 자전거 구입과 대여소 유지 비용을 대고 파리시로부터 대여소 1600곳의 광고판 사용권을 얻었다.

프랑스가 수십 년 동안 내놓은 정책 중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벨리브는 파리 외곽 도시들을 거쳐 유럽의 다른 도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도 지난해 파리를 방문해 벨리브를 벤치마킹하고 갔다.

서울 송파구에는 풍납동 한가람아파트와 천호역에 무인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현재 30대가 운행 중인데 하루 50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송파구는 내년까지 대여소를 330개소로 늘리고 자전거 4000대를 운행할 계획이다. 강남구도 내년부터 벨리브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강남구는 언주로·영동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의 버스 중앙차로 설치 공사를 하면서 양쪽 끝 차로 하나씩을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겠다고 한다. 드디어 ‘승용차 다니는 길’이 자전거 길에 자리를 비켜주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경남 창원시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에게 매달 최고 3만원까지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창원시는 이를 위해 4월에 조례를 개정하고, 예산 30억원도 별도 책정했다. 단 조건이 있다. 월 15일 이상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에게 직장에서 ‘자전거 출퇴근 수당’을 주면 그 액수만큼 시에서 더 보태주겠다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차장 부지와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 상승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창원시는 8만 명의 근로자 중 10%인 8000명 정도가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면서 운동도 되고, 짭짤한 용돈도 벌 수 있다니 창원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초고유가 시대에 자전거는 대세다. 패션이다. 자전거는 건강·환경·소통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자전거는 시속 100㎞로 질주해 온 우리에게 10㎞의 여유와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이건 아는지 모르겠다.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내면 벌점 15점을 받는다는 사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법이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시대에 법규도 정책도 ‘바이크 프렌들리(bike friendly)’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정영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