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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살아있다>수원 '華城'의 제이름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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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는 경기도수원시에 있는 화성(華城)이 축성된지 2백주년이되는 해다.화성은 수원 시민은 물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매우 자랑스러운 국민적 사적이다.
그런데 원래 화성이던 성의 이름이 1911년 일제에 의해 수원성으로 잘못 불리다 오늘까지도 그 이름으로 고착돼버렸다.
축조 당시 정조는『장자(莊子)』의 고사인「화봉삼축(華封三祝)」까지 인용,화성으로 명명했다는 내용이『조선왕조실록』에 자세히나와있다.즉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이 자리한 화산(花山)의 화(花)는 화(華)와 통하고,화(華)는 덕(德)을 길러 효(孝)에이름이니 화성이라 이름지은 것은 수원이 덕과 효를 펼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되라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화성이란 이름은 왕조실록에 정조 이래 무려 2백20여회나 나오고 있다.이런 유서 깊은 성 이름이 수원성으로 바 뀐 것은 일제에 의한 둔갑을우리 정부가 광복 이후 아무런 생각없이 이어받은 탓이다.
화성이 수원성으로 잘못 알려지게된 것은 한일합병 직후인 1911년 조선총독부 농상공부가 펴낸『한국수산지』제4집부터다.일제는 여기서 화성을 수원부성(水原府城)또는 수원읍성으로 표기했고,이어서 1933년 이 성을「고적 제14호 수원성 곽」으로 지정해 화성이란 이름을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우리 정부는 광복후 1963년 이 성을「사적 제3호 수원성곽」으로 지정,일제의왜곡을 재확인하는 우를 범했다.정조의 심오한 뜻이 느껴지던 화성은 단지 수원에 있는 성일 따름인 개성없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필자는 안타까운 나머지 수원시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몇차례 건의했다.답변은 이런 것이었다.『화성이 합당하긴 하나 현재 문화재관리국이「사적 제3호 수원성곽」으로 쓰고 있으므로 하급기관이 임의로 바꾸기는 어렵다.』 올해 축성 2백주년을 맞아 수원시에서는 다채롭고도 성대한 행사들이 이미 개막됐다.정말뜻깊은 광경이다.하지만 제 이름을 되찾지 못한 채 갖는 잔치가흥겨운 잔치일 수만은 없다.더욱이「수원성 200주년」이란 거대한 현수막들이 시가지 곳곳에서 나부끼는 모습을 보면 이제 꼼짝없이「화성」이「수원성」으로 굳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이종학 書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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