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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자 정착 자립교육 급하다-김형덕사건 계기로 본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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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백61명에 달하는 북한 귀순자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 적응프로그램의 부재다.귀순자 숫자는 90년대이래 증가 추세에 있는반면 이들을 남한 사회에 정착시킬 정부대책은 전근대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정부의 근본적■ 대책 전환이 없는 한 월북을 시도하는 제2,제3의 김형덕(金亨德.22)사건은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있는 셈이다.
귀순자들은 60~80년대를 「귀순자 황금시대」로 꼽는다.반공을 제1의 국시로 삼던 정부가 탈북자를 귀순용사로 분류,극진한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실제로 이때 넘어온 귀순자들은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에 따라 신분보장은 물론 보상 금.취직.학비.주택.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벌목공의 대량 귀순을 계기로 지난 93년6월 「귀순북한동포보호법」이 제정되자 이같은 사정은 1백80도 변했다.우선 탈북자 지위가 귀순용사에서 귀순동포로 격하된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제적 지원이 사라졌다.
93년 이후 귀순자들은 ▲9평 규모의 영구 임대 아파트 임대보증금 7백만원 ▲월최저 임금액의 30~1백배 수준의 지원금 ▲북한에서 가져온 정보 및 물자에 따른 기여금만을 받게됐다.그결과 현재 귀순자의 45%인 2백53명이 직업 이 없거나 막노동 등으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귀순자들은 그러나 그같은 경제적 지원보다 자신들에 대한 남한사회의 따가운 눈초리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북한에서 혈혈단신 내려와 가뜩이나 마음이 무거운 판에 주변사람들마저 자신을 「가족을 버린 패륜아」 취급한다 는 것이다.
90년도 귀순했다가 지난 연말 노상강도로 구속된 신광호(辛光浩.28)씨는 『귀순자들이 북한에서 죄를 짓고 온사람이라고 취급하면서 불신하는 것이 계속 마음에 상처를 주고있다』고 심경을털어놨다.
귀순자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남준(33)씨도 『목숨을 담보로 한국에 와 성실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않다』며 『관련 법규 변화로 귀순자 정착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정부가 귀순자 문제를 기존의 단발성 대책에서 탈피해 장기적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귀순자의 체계적 정착 지원을 위해 사려깊은 교육체계에 따른시장경제체제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李慶淑 숙대총장)는 것이다.
서울대 김상균(金尙均)교수도 『귀순자를 보는 개념이 종전의 1회성 포상위주 정책에서 탈피,자립지원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있다』며 『기초적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추가로 민간이 지원하는 민.관 협조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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