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돈준 사람 명단 밝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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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오는 26일의 첫공판에서 비자금을 건넨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명단을 털어놓을 것인가.
언론인등에 대한 로비설을 둘러싸고 검찰과 全씨측의 공방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어 全씨가 법정에서 이른바「전두환 리스트」를 폭로할지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全씨측의 입장이 다소 모호하다.
全씨측 변호인 전상석(全尙錫)변호사는 8일 『재판때 검찰이 하는 신문사항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답변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全씨가)비자금 사용처와 관련된 정치인.언론인명단의 공개 여부에 대해선「내가 알아서 할 일이 니 당신들은 신경쓰지 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즉 필요에 따라선 공개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6일 全씨측의 이양우(李亮雨)변호사는 全씨의 말을 인용하며 정계.언론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사실을 부인한뒤 『모든 시시비비는 공판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李변호사는 8일에도 『모든 실체적 진실이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全씨가 정치인이나 언론인의 명단을 밝힐지에대해선 다소 의문을 갖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는 『全씨가 사용처에 대해 진술한 것조차 그 진의를 모르겠다』며 『全씨측이 정치인.언론인 명단 운운하는 것은다목적용의 공판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검찰은 全씨의 5공신당 창당등을 위해 8백80억원을 제공했다는 진술 자체가 「이런 저런 용도로 비자금을 다 써버려내놓을 돈이 없다」는 계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비자금 조사때 全씨가 보였던 태도를통해 그가 명단을 밝힐지 여부를 가늠해보고 있다.만일 全씨가 법정에서 자신이 돈을 건넨 정치인.언론인등의 명단을 밝힐 경우엄청난 파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간부는 『全씨가 비자금 수사 초기엔 내용을 다 털어놓을 것같은 분위기였다가 다시 입을 다물어버리는등 입장 변화가심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비자금 잔액에 대해 일절 말을 하지않을뿐 아니라 다른 부분 조사에도 비협조적』이 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볼때 全씨가 재판전 검찰 조사때나앞으로 법정에서 돈을 준 사람들의 명단을 밝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全씨의 성격등을 감안할 때 재판의 진행상황에 따라선 그가 명단 공개등 폭탄선언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검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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