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영어교육열풍>2.부실한 교육프로그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미국 유치원 그대로 가르칩니다」「영어사관학교」.
영어 조기교육 열기를 겨냥한 광고를 볼때마다 심란해진다는 전성주(39.서울 송파동)씨.3학년과 5학년짜리 형제가 학교에서1주일에 두번씩 방과후에 특별활동으로 배우는 영어만으로 과연 다른 아이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편 치 않다.
『아이를 월 수강료 30만원짜리 영어학원에 보내는 이웃집 주부는 2박3일에 40만원을 받는 영어스키캠프에 참가시킨 친구한테 기죽었다더군요.또 그 친구는 2주일에 2백만원이 넘게 드는해외어학연수를 보낸 동창 때문에 자존심 상했답니 다.』 그러나이처럼 만만찮은 「투자」가 「빨리 빨리 술술 영어」를 꿈꾸는 부모들한테 썩 만족스런 결과를 나타내는 예는 흔치 않다는 사실에 전씨는 상당한 위안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수강료가 만만찮은 사설학원들의 거창한 선전문구에 비해 실제 프로그램은 뭔가 미덥지 않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과제중심.전신반응법.내용중심 활동 등 외국의 언어학습이론들을 적용한다지만이론과 상관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초등학교의 영어교육은 더 딱한 실정.서울시교육청 시범학교로 특별활동 중심의 영어교육을 해온 서울신성초등학교 이중호(李仲浩)교사는 『어린이들이 영어를 얼마쯤 익히기는 하지만 흥미는 점점 낮아져 고심중』이라고 말한다.영어교육을 시작할 당시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어린이가 약 70%였는데 비해 1년쯤 지난 후에는 30% 정도.「부담없고 재미있는 영어시간」을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란 자체 분석이다.
아예 영어 테이프를 틀어주고 그냥 듣기만 하거나 무조건 따라해보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
외국인 교사를 교실에 투입,영어로 교과내용을 가르치고 있는 서울 영훈초등학교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81년부터 외국의 교육용 비디오들을 매일 아침 20분씩보여주기 시작했으나 상호작용없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간낭비더라는 것.85년부터는 교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매주 1시간씩 정식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86년부터는 주당 2시간으로늘렸다.87년에는 어학실습실을 갖추고 한국인 영어전담교사가 지도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95년부터는 원어민(原語民) 교사를 교실로 맞아들였다.
『주로 그림.수학.사회.실험 등에 활용하는데 어린이들은 기대이상으로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면서 영어에도 매우 익숙해져 학부모들도 대만족』이라고 박성방(朴性芳)교장은 말한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