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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질 모두 석방하라” … 카스트로, FARC에 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쿠바 공산당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를 6년 동안 억류했던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향해 “남아 있는 인질들도 모두 석방하라”고 요구했다고 7일 BBC 뉴스가 보도했다.

올 2월 동생 라울에게 권좌를 넘겨준 카스트로는 6일(현지시간) 인터넷에 글을 올려 “나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FARC가 사람을 납치해 정글 속 감옥에 억류하는 잔혹한 수법을 쓰는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감히 FARC 게릴라들에게 제안할 게 있다면 아직도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모든 인질을 무조건적으로 풀어주겠다고 선언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혁명 활동에서 무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60년대 FARC가 결성된 데는 카스트로가 이끈 쿠바 혁명이 큰 동기가 됐다는 점에서 카스트로의 입장은 내부 분열로 치닫는 FARC의 앞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BC의 분석가 위런 불은 “장기적으로 생존을 바라는 FARC의 입장에서 카스트로와 같은 전략가의 조언은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2일 풀려났던 베탕쿠르는 6일 자신이 묵고 있는 파리의 한 호텔에서 콜롬비아 라디오 방송을 통해 “머지않아 여러분께 자유가 도래할 것임을 확신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낭독했다.

베탕쿠르가 메시지를 보낸 이 심야 라디오 방송 코너는 인질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자신이 억류돼 있을 당시 그녀의 어머니가 매일 메시지를 전했던 창구였다. 파리에서 종합건강검진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낸 베탕쿠르는 곧 콜롬비아로 돌아가 억류돼 있던 당시 상황 등을 정리하는 집필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에 콜롬비아와 프랑스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베탕쿠르에게 최고 영예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베탕쿠르의 인기는 콜롬비아에서도 치솟고 있다. 국립 컨설팅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31%가 베탕쿠르가 2010년 대선에 출마하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영화 같다’는 찬사를 받은 베탕쿠르 구출 작전도 콜롬비아 영화감독 사이먼 브랜드의 연출로 진짜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콜롬비아 RCN-TV가 보도했다.

한편 이번 구출 작전은 미리 합의된 각본에 따른 ‘쇼’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프랑스 인터넷 일간 메디아파르는 7일 작전이 성공한 것은 콜롬비아 당국이 FARC 일부 지도자들을 면책권과 돈다발로 회유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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