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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국제음반박람회(MIDEM)가 열린 칸 현지에서 만난 발레리 게르기예프(43)의 모습은 턱수염을 기른 마피아나 코사크족처럼야성미가 넘쳤다.
지난달 24일 팔레 드 페스티발 소강당 K홀에서 필립스 레이블 주최로 열린 뮤직비디오 시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 키로프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게르기예프였다.
그는 맨손 지휘를 즐겨 했으며 매우 박력있고 다이내믹한 동작을 구사했다.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 비디오엔 세계를 누비며 바쁜 일정을 보내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가 한번도 한국을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홍보용 비디오는 그 의 인간적 체취와 지휘 모습을 실감나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난해 필립스 레이블과 전속계약한 그는 러시아내셔널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미하일 플레트노프(39)와 함께 차세대 지휘자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로테르담필하모닉 수석지휘자,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축제」예술감독도 겸하고 있어 순회공연.방송.레코딩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53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게르기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므라빈스키의 지휘에 감명을 받아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
약관 스무살때 카라얀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88년 거장 므라빈스키가 사망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로 자리를 옮기면서 키로프의 음악감독에 취임하게 됐다.
코카서스 출신 혈통을 이어받아 다혈질이고 낙천적인 게르기예프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단원들이 서방으로 망명하는 등 매우 어려웠던 시절 키로프오페라단을 이끌어 왔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를 좋아했다.
그는 소문과 달리 단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폭군은 아니었다.『지휘자가 단원들을 이끌어 가는게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임무는단원들을 도와주고 격려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지휘관을 피력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자는 푸르트벵글러와 므라빈스키.93년 국제클래식음악상에서 「올해의 지휘자」로 선정됐고 그가 녹음한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공』은 일본 레코드아카데미상,림스키-코르사코프의 『사드코』는 그라모폰상과 디아파종 금 상을 받았다. 이외에도▶오페라=무소르그스키 『호반시치나』,프로코피예프 『불의 천사』『전쟁과 평화』,차이코프스키 『스페이드의 여왕』▶발레음악=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차이코프스키 『잠자는숲속의 미녀』▶관현악곡=보로딘 『교향곡 제1,2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8번』 등이 필립스 레이블서 CD.LD.비디오로 출시됐다.
칸(프랑스)=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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