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보다 태양이 더 짭짤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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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스러운 폐(廢)염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스듬히 가로 선 채 태양을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집광판(모듈) 수만 대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일 뿐이었다. 서해안 천일염 산업이 몰락해 쓸모없이 방치돼 있던 천덕꾸러기 폐염전에서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로 변신한 곳,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일대 LG 태양광발전소 얘기다. 지난달 26일 상업발전을 시작한 이곳에선 국내 최대인 14㎿(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해 태안 일대 8000여 가구에 공급한다.

서울엔 비가 오락가락하던 4일 찾아간 태안 LG 태양광발전소는 늦은 오후인데도 햇볕이 따가웠다. 선선한 바람 덕분에 무덥지는 않았다. 일조량이 많지만 바람이 불어 모듈을 적당히 식혀주는 이곳 태안의 기후는 태양광 발전과 궁합이 잘 맞는다. 모듈은 25도 이상으로 온도가 오르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선 태양광발전소가 어려운 연유다.

LG가 100% 출자한 태양광에너지 자회사인 LG솔라에너지는 1100억원을 들여 이곳 30만㎡ 부지에 1m58cm(70인치) PDP 크기인 태양광 모듈(가로·세로 15.6㎝인 태양전지 60개가 모듈 1개) 7만7000개를 설치했다. 모듈을 지탱하는 철근 구조물은 초속 60m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 집광판들의 시간당 발전량은 4.8㎿다. 전기다리미 4800대를 동시에 쓸 수 있다. LG솔라에너지는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아 연간 1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또 태양광 발전으로 연간 약 1만2000t의 이산화탄소(CO2) 발생을 줄여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권리를 팔면 연간 28만5000달러(약 3억원)의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

LG는 태안을 발전소 자리로 점찍고 3월 착공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시설을 완공했다. 개펄이던 곳이라 물 빼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석 달 공기는 빠른 편이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선점하려는 LG의 의욕, 신재생에너지 특구 지정을 계기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태안군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LG 태양광발전소는 ‘태안 종합에너지 특구’ 지정 이후 완공된 첫 번째 에너지 단지다.

LG는 이 발전소 가동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본격 공략할 방침이다. LG화학과 실트론·LG전자·LG CNS·서브원·LG솔라에너지 6개 계열사가 기초소재 생산부터 발전소 운영까지 태양광 사업을 수직계열화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이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실트론이 이를 웨이퍼로 만들면 LG전자는 웨이퍼를 가공해 셀과 모듈을 만든다. LG솔라에너지는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한다. 영국의 BP솔라와 일본 샤프 등을 봐도 앞선 태양광 사업 회사들도 거의 모든 생산공정을 수직계열화한 경우는 드물다.

태양광의 핵심 분야인 폴리실리콘과 셀을 양산하기 위해 LG화학과 LG전자는 전담사업부를 조직하거나 해외 선진업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LG의 태양광사업 수직계열화 구상은 내년 하반기께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솔라에너지의 안성덕 대표는 “폴리실리콘과 셀·모듈 같은 핵심 부품의 경쟁력이 갖춰지는 대로 태양광발전소를 더 건설해 발전량을 현재의 14㎿에서 100㎿ 정도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태양광 발전시장의 20%를 점하는 게 목표다. 해외진출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물론 난관이 많다. 폴리실리콘 분야는 초기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기술장벽이 높다. 정부 보조금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10월 이후 완공되는 3㎿ 이상 대용량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보조금을 30% 줄이기로 결정했다. 태양광 사업은 투자금액이 커 사업 초기의 적자를 면키 어려운데 보조금 감축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LG는 충남 보령에 짓기로 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태안=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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