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이 ‘치매’ 부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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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중·장년층에는 ‘나잇살’이라는 적당한 변명이라도 있지만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최근 들어 심각해진 20~30대의 복부비만은 떼어내고 싶은 혹일 뿐이다. 한 마디로 ‘게으른 자여, 너의 배를 네가 알렸다?’ 소리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겉옷을 벗어야 하는 여름이면 배부른 자들의 괴로움은 갑절 더한다. 그동안 여러 겹의 옷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살들이 어쩔 수 없이 그 부피를 드러내야 하니까.

복부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들어 알고 있는 사실. 더욱이 지방분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독성물질들이 뇌세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쳐 혈관성 치매까지 일으킨다고 한다. 복부에 쌓여 있던 지방들이 녹아 뇌의 미세혈관을 막게 되면서 치매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즉 혈류의 공급이 복부의 피하지방으로 집중돼 미세혈관 순환장애에 의한 치매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2008년 4월호 신경학지 ‘뉴롤로지’에 실린 미국 카이저퍼머넌트 연구소 레이철 위트머 박사팀의 논문은 1964~73년 동안 카이저퍼머넌트 보험회사에 등록된 40~45세 남녀 6583명을 연구 대상으로 그들의 건강진료 기록에서 신장과 체중에 따른 복부전후직경을 추산하고, 1994~2006년 이들의 치매발병률을 조사한 결과 “복부비만이 심한 상위 20% 그룹에서 하위 20% 그룹에 비해 치매 확률이 2.72배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복부로 인한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나눌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병원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신경세포 사이 신호전달이 이루어지는 부분에 장애가 생겨 기억과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는 병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것으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의 연관성이 높다.

복부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에 필수적인 물을 하루에 2L 이상 먹어주며, 지방 연소에 효과적인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함유된 야채·채소·김치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비만 전문병원 영클리닉 조영신 원장은 “비만은 이제 특정 연령층만이 아닌 모든 연령대에 가능한 질병으로 운동과 식습관을 개선해 예방해야 한다”며 “체지방을 분해하고 대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요구르트를 하루에 한 개씩 먹는 것도 비만 예방에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서정민 기자 ㅣ 조영신영클리닉 원장 youngclinic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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