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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5000만 개 거품의 매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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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11면

사진 볼린저 샴페인 신동와인 제공

샴페인의 대명사인 모엣 헤네시사와 하이네켄사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750mL 샴페인 병 하나에 담긴 거품은 2억5000만 개라고 한다. 코르크를 막 빼고 잔에 샴페인을 따랐을 때 일제히 솟아오르는 거품 방울들의 찬란한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샴페인을 마시게 됐는지는 몰라도 이 거품들의 반짝이는 승천(昇天)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생각이 가벼워져 나도 모르게 ‘퐁퐁퐁’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

거품을 가진 발포성 와인을 우리는 흔히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모든 발포성 와인이 샴페인은 아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에만 오직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샴페인의 고유명사로 통하는 모엣 헤네시사의 ‘돔 페리뇽(Dom Perignon)’이나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는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된 것이므로 샴페인이 맞다.

하지만 그 외의 발포성 와인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도 샹파뉴 지방이 아닌 곳에서 생산되는 발포성 와인은 ‘뱅 무세’라고 부른다. 독일에서는 ‘젝크트’,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그리고 미국과 호주·칠레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부른다(샴페인을 제외한 발포성 와인을 ‘스파클링 와인’으로 총칭하기도 한다).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마담 드 퐁파두르는 “많이 마신 후에도 여자가 여전히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술은 오직 샴페인뿐”이라고 말한바 있다. 작가 마크 트웨인도 “어떤 것이든 과하면 안 좋지만 샴페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딱 좋다”는 말을 남겼다. 알코올 도수는 맥주보다 높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순간의 이유’ 때문에 여인들은 쉽게 취하지 못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 순간이 ‘연애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는 언제나 마지막 장면에서 파트너였던 여자에게 샴페인을 권한다. 힘겨운 사건을 마무리했으니 자축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관객들이 다 아는 것처럼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의미가 강하다. “우리 연애할까?” 여자는 부담 없이 그와 잔을 마주친다.

소주처럼 독하지 않고, 맥주처럼 맥없지 않고, 레드 와인의 붉은 빛처럼 끈적이지 않고, 화이트 와인에는 없는 거품이 있으니까. 특성상 스파클링 와인은 차게 해서 마시기 때문에 언제나 여름에 더 잘 어울린다. 특히 기분 좋게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파클링 와인을 주문하라. 물론 연애 외의 어느 멋진 순간에도 샴페인은 최고의 술이다.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는 샴페인을 마실 필요가 있다.” 샴페인 애호가였던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특별한 장소와 때는 없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혼자가 아닌 그 누구와 샴페인을 함께한다면 행복은 배가되고, 슬픔은 조용히 가라앉아 톡 쏘는 맛과 함께 가슴속에 활력을 안겨줄 것이다.

스파클링 와인 멋지게 마시는 방법 5

1 스파클링 와인은 V자형의 몸이 가늘고 긴 전용 잔 플루트(flute)에 따라 마셔야 특별한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포가 자유롭게 올라오도록 할 뿐만 아니라 표면 위로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빛의 링을 연출해 내고, 향과 거품을 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2 와인을 마실 때처럼 글라스를 여러 번 흔들지 말 것.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때는 살짝 잔을 한 번 돌리는 정도가 향의 아로마를 최고조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3 스파클링 와인은 단맛과 신맛이 있는데, 아주 신맛을 브뤼(brut), 꽤 신맛을 엑스트라 섹(extra sec), 약간 신맛을 섹(sec), 약간 단맛을 드미섹(demi-sec), 단맛을 두(doux)라고 한다.

4 항상 시원한 상태에서 서빙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얼음물처럼 차가워서는 안 된다. 고유한 향이 죽기 때문이다. 마시기에 적당한 온도를 맞추기 위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은 얼음 통에 반은 얼음, 반은 차가운 물을 채우고 얼음과 물이 병의 목까지 올라오게 맞춘 후 2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이다. 냉장고나 냉동고는 사용하지 말 것.

5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도 샴페인을 마신다면 코르크의 숨은 뜻을 음미하는 것도 좋겠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샴페인의 코르크는 아래로 갈수록 퍼져 마치 송이버섯 같다. 셀러에 꽤 오랜 시간 숙성시킨 샴페인 코르크는 쐐기 못이나 말뚝의 형태와 유사하다. 모든 샴페인 코르크에는 ‘Champagne’라는 이름이 낙인 돼 있다. 또 빈티지 와인이라면 연도 역시 표시된다. 많은 샴페인 하우스에서 코르크에 자사의 문장이나 상징을 새기는데, 재미있는 점은 혜성이 사용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1811년 혜성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프랑스를 스치고 지나간 해(샹파뉴 지방에 환상적인 빈티지 와인을 안겨준)인 ‘혜성의 해’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코르크를 모아 모임의 의미와 참가자들의 이름을 기록해 두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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