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 팔리는 SUV…수백만원 할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주5일제가 정착하면서 각광받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경유 값 급등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대형 SUV 메이커들은 아예 수백만원의 할인을 내걸고 판촉에 나섰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지난달 내수 판매실적에 따르면 경차와 소형 승용차 위주로 판매가 이뤄졌을 뿐 경유를 쓰는 SUV 차량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특히 경유차량의 판매비중이 84%로 가장 높은 쌍용차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쌍용차는 국내에서 렉스턴 109대, 뉴카이런 37대, 액티언 80대 등으로 최악의 성적표를 남겼다. 올 상반기 SUV 누계 판매대수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49% 감소했다.

쌍용차는 여름휴가철 판촉을 위해 올 1∼2월에 생산된 렉스턴 구매고객에게는 400만원의 유류비 지원을 내세웠다. SUV 전 차종에 대해 기본으로 250만원의 유류비가 지원된다. 또 선수금을 내지 않고도 무이자 유예 할부를 받을 수 있고, 기존 쌍용차 구매 고객이 신차를 살 경우 30만원을 더 깎아준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해 월평균 1200여 대가 팔린 카이런이 올 4월 400여 대로 떨어지고 지난달에는 37대에 그쳤다”며 “어떻게든 팔아야 한다는 판단에 파격적인 판촉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경유차량 비율이 26%인 기아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월평균 3000여 대가 팔린 스포티지는 지난달 1039대로 급락했고, 쏘렌토는 올 3월 616대에서 지난달 286대로 곤두박질쳤다. 올 초 출시한 모하비도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가 4월 들어 1000대 밑으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539대에 그쳤다. 기아차는 이달 경유차량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50만∼100만원의 유류비를 지원한다. 모하비의 경우 올 1월 생산된 차량에 대해서는 유류비 지원이 300만원으로 늘어난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SUV는 ‘찬밥’ 신세다. 서울 가양동 서서울매매단지에 있는 대흥모터스의 김도경 부장은 “경차는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지만, 경유차량은 파는 사람만 있을 뿐 구입하는 고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자동차업체들은 가솔린을 연료로 쓰는 SUV를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와 투싼에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고, 기아차는 모하비의 가솔린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도 다음 주 QM5의 가솔린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