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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상 등 모은 1억 전재산 85세 할머니 대학에 쾌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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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0대 할머니가 행상 등으로 억척스레 모은 전 재산을 대학에 쾌척했다.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다비다의 집(노인 요양원)에 살고 있는 임윤덕(85)할머니는 9일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돕고 싶다"며 한남대에 현금 1억원을 기탁했다.

任할머니는 1.4후퇴 때 단신으로 월남해 생선 행상.가정부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자린고비처럼 생활해왔다. 그런 덕분에 1971년엔 대전시 유성구에 논.밭 1000여평을 구입, 농사를 지으며 나름대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다.

그러나 73년 남편(당시 52세)과 사별하면서 다시 채소.과일 행상으로 나서야 했다. 또 코흘리개 때 입양해서 키우던 딸도 스물다섯살이 되던 80년 친부모에게 돌아가버렸다.

외톨이가 된 任할머니는 집과 논.밭을 처분한 뒤 지금까지 요양원에서 생활했다. 9일 기증한 돈 1억원은 이 때 부동산을 처분해 생긴 돈과 이자를 꼬박꼬박 저축해 갖고 돈이다. 그야말로 호주머니를 톡톡 턴 것이다. 任할머니는 "10여년 전부터 지병인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돼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다"며 "하지만 세상에 뭔가 의미있는 것을 남기고 떠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얼마 안되는 재산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任할머니의 조카 임인숙(49)씨는 "조카 열명 모두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며 교회에서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호주머니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남대 이상윤 총장은 "기탁한 돈으로 대학 주변에 '임윤덕 할머니 집'을 짓고,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선교사 자녀의 기숙사로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李총장은 "할머니가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강구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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