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斷想>"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시장은 냉혹한 게임이 펼쳐지는 곳이다.누가 누구를 봐주거나 「고리」를 뜯는 곳이 아니다.돈을 번 사람이 승자고 잃은 사람은 패자다.
트레이더(직업적인 증권매매인)로 입문하면 선배들이 가르치는 첫 수는 「처음 손실이 가장 큰 손실이어야 한다」는 것,즉 실수에서 배우라는 뜻이다.
좋은 시장일수록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는 참여자 또는 플레이어를 철저히 응징한다.1년전 국제금융시장이 멕시코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잔인할 정도의 징벌을 가한 것이 좋은 예다.
정부의 정책은 믿을 수 없고,기관투자가들은 불공정거래를 밥먹듯하고,상장기업들의 공시는 거짓말투성이인데 아직도 시장에 남아있는 투자자는 역설적으로 무언가 필승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손떼는 것이 좋다.또 그런 투자자가 훌륭한 플레이어다.그래야 정부.기관투자가.상장기업이 그 메시지를 읽을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주가부양책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거래증권사의 담당직원이 개인적으로 아무리 친절하더라도 지난 한햇동안 총1조5천억원어치 순매도한 장본인이증권사들이었고 아직도 4천억~5천억원어치는 더 팔아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주가를 짓누른 또 다른 그룹이 바로 자신들이었던 사실을 개인투자자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4년간 한때 500을 밑돌던 종합지수가 94년 하반기 이후 1,000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계로 9조1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주체가 바로 이들이었다.
특히 정부도 시장내의 플레이어중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적어도 정부도 나름대로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고 가정해야 시장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하튼 지금이야말로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리고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때다.그리고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뱀처럼 지혜로울 수밖에 없다.다만 게임규칙을 모르는 실수나 이를 무시하는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시장에서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다른 플레이어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면 흥분만 할게 아니라 대가를 치르도록 하되 그 방법은 철저히 「시장적」일필요가 있다.
시장의 가르침없이 정부의 감독(그것도 지금처럼 허술한)만으로는 투명한 시장,정직한 시장은 생각할 수 없고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