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민 힘으로 되살린 '최순우 옛집' 10일 개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兮谷) 최순우(1916~84)는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젖어 살다간 미술사학자다. 혜곡과 교유했던 이들은 그의 삶 자체가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서울 성북2동 126의 20 선생의 한옥에 잠시라도 몸을 부렸던 사람들은 달빛 노니는 미닫이창, 이름 모를 산나무, 추녀 끝의 소방울, '잘생긴 며느리'같은 백자 항아리, 무엇보다 혜곡의 질박한 마음으로 풍요롭던 그곳을 그리워 한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그 '최순우 옛집'을 시민들이 되살렸다. 2002년 12월 헐릴 위기에 놓인 집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위원회(위원장 김홍남)가 나서 민간모금운동으로 사들인 뒤 1년 여의 보수공사로 복원했다. 10일 오후 4시 개소식을 여는'최순우 옛집'은 보존 가치가 높은 자연.문화유산을 시민의 힘으로 지킨 첫 사례가 됐다. 혜곡이 쓰던 파이프와 시계, 돋보기 등 유품을 전시하고 기획전도 열 이 집은 화~토요일 일반에 무료로 공개된다.

김홍남 위원장은 "윤광조.김익영씨 등 도예가들이 작품을 내놔 10일 즉석 경매로 기금을 마련하는 등 각계 인사들의 도움이 잇따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사장 김인회)도 발족해 시민이 앞장선 문화유산 보존운동이 힘을 얻게 됐다. 02-765-3132.

글=정재숙, 사진=조용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