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길로…] 5. 김현수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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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들꽃 피는 마을의 김현수(右)목사와 교사들이 대안학교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의 이름 모를 잡초'를 향기로운 들꽃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곳이 있다. 경기도 안산시 '들꽃 피는 마을'(www.wahaha.or.kr)이다. 집단 생활을 연상하기 쉽지만 이곳의 운영 방식은 색다르다. 모두 10가정이 '따로, 같이' 살고 있다. 집은 각기 다르지만 살림은 함께한다.

'들꽃 피는 마을'에는 현재 가정을 잃은 10대 청소년 52명이 모여 산다. 5~7명의 청소년이 한집을 이루고, 각 가정은 공동체로 연결된다. 각 집에는 생활 교사가 있다. 피붙이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겐 엄연한 부모 역할을 한다. 이른바 '그룹 홈'으로 불리는 대안가정이다. 잔디.토끼풀.하늘나리.민들레 등 집마다 이름도 예쁘다.

하지만, 이곳 청소년들은 10년 전만 해도 이름 모를 잡초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리를 방황하던, 그래서 주변에 경계의 대상이 됐던 아이들이다. 김수영의 시 '풀'처럼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눕던 이들은 지금은 어떤 바람에도 맞서며 당당하게 서 있다. 이들의 중심에는 김현수(49)목사가 있다.

"1994년 가을 제가 있던 교회에 가출 청소년들이 몰래 들어와 잠을 자곤 했습니다. 갈 곳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아예 이들과 함께 생활하기로 했습니다."

김목사는 2년 뒤 일반 선교를 접고 그룹 홈 사업에 전념했다. 하나님과 인간이 부모.자녀 관계를 이루듯 집없는 청소년을 돌보는 게 성경의 뜻을 이루는 '좁은 길'로 판단했다. 96년 첫 분가 이후 해마다 가정수를 늘려왔다. 지금까지 거쳐간 청소년이 200여명에 이른다.

"후원자들의 성금으로 운영됩니다. 일반 중.고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은 따로 모아 공부도 시키죠. 사회복지.교육학.신학 등을 전공한 교사 20여명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겁니다."

'들꽃 피는 마을'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안산시 와동 체육공원 인근에서 '들꽃 피는 학교' 기공식을 열었다. 아이들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대안학교로 꾸밀 작정이다.

"단순히 새 건물을 짓는 게 아닙니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드러내는 상징물이 될 겁니다. 종교는 징검다리인 셈이죠. 역시 중요한 건 환경입니다. 여기저기 눈치나 보던 아이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찾았는지 아세요."

김목사는 온정적 시선을 거부했다. 가정 해체는 사회 문제인 만큼 이를 풀어가는 방법도 '사회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국가.종교가 합심해 약한 이를 돌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031-486-8836.

안산=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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