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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저수지 낚시 전면금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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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일 오후 6시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발랑리 발랑저수지. 왕복2차로 지방도 옆 숲을 배경으로 16만㎡ 규모의 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씨알 굵은 붕어·잉어·향어가 풍부해 낚시꾼들 사이에선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물가에 마련된 좌대에는 낚시꾼들이 거의 없다. 수질보호를 이유로 파주시가 이곳을 포함한 관내 4곳의 저수지를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꾼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지난해 이 4곳 저수지에는 1주일에 5000~6000명의 낚시꾼이 몰렸다. 지역 주민과 낚시터 주변 업주들은 시의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파주시의 낚시 금지 조치=시는 공릉·발랑·애룡·마지(직천) 등 관내 저수지 4곳을 낚시 금지구역으로 이달 중 지정할 방침이다. 수질 및 주변환경 보호를 위해 관내 저수지에서 낚시를 금지하는 것은 전국 지자체 중 파주가 처음이다. 파주시 박우용 환경보전과장은 “환경조사 결과 인·질소 등 환경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저수지의 부영양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낚시꾼들의 무분별한 떡밥 사용 및 주변환경 훼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는 이미 5월 3000여만원을 들여 이들 저수지에 대해 환경조사 용역을 실시했다. 시는 이달 말까지 관련기관 협의와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금지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들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다 적발되면 수질 및 수생태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는 지난해 교하읍 송촌리에서 조리읍 장곡리에 이르는 곡릉천 16.1㎞ 구간도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했었다.

◇낚시꾼·업주들 반발=이날 발랑저수지에 밤낚시를 하러 온 이차경(33·파주시 월롱면)씨는 “한 달이면 두세 차례 하는 밤낚시를 하는데, 낚시 금지로 유일한 낙을 뺏기게 됐다”며 불만스러워했다. 그는 “낚시로 수질이 오염된다면 떡밥 대신 새우·지렁이 같은 생미끼나 루어 같은 인공미끼를 사용하도록 제한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개 저수지의 낚시터 업주들의 반발은 더 심하다. 이들은 저수지 소유주인 한국농촌공사에 임대료를 내고 낚시터를 조성, 낚시꾼들에게 하루 1만5000원을 받고 좌대를 빌려주고 있다. 마지저수지 낚시터 업주 유흥천(39)씨는 “업주들이 수년간 수억원씩 투자해 시설을 조성해 뒀는데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낚시를 금지시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수지 인근의 주민 장석진(45·파주시 적성면)씨는 “지역관광명소 중 하나인 저수지 낚시터를 모두 없애버리면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련기관 입장 엇갈려=한국농촌공사의 파주지사 측도 파주시의 낚시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농촌공사 황의준 계장은 “1년에 두 차례 이들 저수지에 대해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농업용수 기준인 COD(화학적산소요구량) 8PPM 이하로 수질이 관리되고 있다”며 “수질 보전을 위해서는 낚시 금지보다는 저수지 주변의 식당·축사·공장 등에서 나오는 각종 오·폐수 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측은 “주민과 관련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낚시 금지 원칙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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