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설사에 와인 특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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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여행을 떠날 때마다 설사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원인은 물을갈아 마실 때 생긴다는 이른바 「여행자 설사」.
다른 지방이나 이국땅에서 자신의 대장에 익숙하지 않은 세균으로 오염된 낯선(?)물을 마실 때 생기는 설사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일한 대책으론 끓인 물만 마시거나 설사예방약인 비스무스 제제를 미리 복용하는 것.
그러나 앞으론 식사후 와인 한 잔으로 이러한 고민에서 말끔히벗어날 수 있게 됐다.
영국의 의학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은 최근 와인이 여행자 설사의 특효약이란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대 와이스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와이스교수는 대표적 설사유발세균인 대장균과 이질.장티푸스균을대상으로 백포도주,적포도주,비스무스 제제,10% 알콜의 항균(抗菌)작용을 각각 비교했는데 놀랍게도 백포도주가 가장 뛰어난 항균작용을 지닌 것으로 드러나 불과 20분만에 세균증식 억제현상을 나타냈다는 것.
적포도주와 비스무스 제제가 뒤를 이었으며 10% 알콜은 거의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0% 알콜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같은 와인의 탁월한항균효과는 와인속에 함유된 알콜보다 와인특유의 강력한 산도(pH3)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제까지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건위주(健胃酒)론 와인과 맥주가 대표적이다.
각종 실험을 통해 이들 두 종류의 술만이 췌장액 등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설사예방효과까지 입증된 와인이 맥주보다 확고한 우위에 서게 됐음은 물론이다.
17세기부터 유럽인의 식탁에서 애용돼온 와인의 건위효과가 과학의 잣대로도 근거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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