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쟁점진단>세대교체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세대교체 강풍=최근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세대교체」의 목청이 높다.
경제계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바람이 분다.문화계에서도 세대교체 논의가 분분하다.세대교체론이 범사회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정계바람이 특히 첨예하다.
물론 이런 논의 자체가 사회전체 엘리트 집단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지배집단의 교체에 대한 요구를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다.
세대교체 요구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일정한 동의를 형성한 상황. 그러나 그것이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대해선 반발도 만만치않다.특히 일부 기업에서는 경영합리화란 이름으로 진행된 「세대교체」바람이 기성세대에게는 「불안」으로까지 다가오고 있다.
한편 이같은 세대교체가 기존 지배 엘리트의 교체를 낳기보다 오히려 이들의 지배를 강화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음도 지적되고있다. 이미 90년대초 문화영역에서의 「신세대」논의가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을 확보하기보다 언론이나 기업에 의해 상업적으로 왜곡됐던 경험도 한 바 있다.
이런 함정을 피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세대교체에의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
◇설득력 가지려면=세대론을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한 사람은 지식사회학자 카를 만하임이다.그는 『세대의 문제』(1928)에서한 세대가 공통적으로 지니는 독특한 정체성과 사회적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한다.이에 따르면 연령에 따른 세대는 무의미하다.문제는 같은 역사적 경험과 정체성을 지니고 있느냐의 여부다.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생물학적 연령에 따른 세대교체가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
그것은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에 기인한 측면이 없지 않다.세 金씨를 필두로 하는 현재의 정치권력 집단 뿐만 아니라 사회 각분야의 지도세력이 이제 명백한 사회적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국민적 인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세대 교체 논의는 거꾸로 비전 없는 권력엘리트들의 자기 정당화 이데올로기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후진성 반영 서울대 윤영관교수는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세대교체론」자체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윤교수는 현재 지역.인물 중심으로 짜여진 지배 엘리트들을 이념.정책 차이에 따라 재편하는 것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세대교체의 진정한 뜻이라고 진단하면서,현재 정략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인위적 세대교체 논의는 오히려 그 의미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대가 새로운 형태의 합리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실상 1인 중심의「지역 일당독재」구도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한계라고 지적한다.
지도층 비전 제시 못해 김창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