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코끼리상.모형종 수집-회사원 최문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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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울적할 때는 모아놓은 코끼리와 종들의 먼지를 닦으며 마음을가라앉히지요.』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최문규(崔文圭.44) 화주판매부장.81년부터 해외근무를 시작,지구촌을 샅샅이 여행한 것도 벌써 15년이 넘는다.그동안 48개국 60개도시에서 한두개씩 모아온 코끼리 상(象)과 장식용 종이 1백20여마리,1백30여개에 이른다.
『해외근무를 먼저 한 회사선배가 뭔가 의미있는 물건을 모아보라고 조언해 주더군요.』 처음에는 코끼리 조각부터 시작했다.리비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초기에 근무하게 된 중동국가에 특이하게 생긴 코끼리조각이 많았던 것.나중에는 선배가 모아놓은 예쁘고 특이한 종들이 부러워 함께 모으기 시작했다.
『코끼리조각은 주로 코끼리가 사는 지역인 동남아.아프리카등 더운 나라에서 파는데 비해 종은 없는 나라가 없지요.』그는 특히 유럽과 미국 지역의 종들은 아주 아름답다고 했다.
『해외에서 코끼리와 종만 모아오니 주변에서 비난이 빗발쳤지요.그러나 지금은 수집품들이 저희집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崔씨의 말속에는 흐뭇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그가 가장 아끼는 코끼리상은 리비아에서 산 것.열마리가 서로의 머리위에 올라가 탑을 쌓고 있는 특이한 모양이다.트리폴리 근무때 리비아 뱅가지에출장간 사람에게 그런 코끼리가 있다는 얘길 듣고 딴사람이 사갔을까 조마조마하며 달려가서 구해왔다.튀니지에서 구한 귀가 크고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더욱 귀여운 코끼리상은 양복점에 진열돼있는 것을 사정해 15달러에 사왔다.
모든 코끼리의 포즈가 다 틀리고 재질도 향목.티크.오크.단풍나무.칠보.크리스탈.플라스틱.비취등 다양하다.지역도 아프리카.
중동.태국.중국.말레이시아.파키스탄 등 문자 그대로 지구촌을 망라한다는 설명이다.
종도 특이하고 예쁘긴 마찬가지다.술병으로 된 종이 있는가 하면 사기종,여자치마모양의 네덜란드종,왕가 문양의 런던 윈저궁 종,스위스 소의 목에 다는 다양한 크기의 종,런던 경찰모 모양의 종,1백50달러짜리 하와이 금종,북구의 크리스 탈종도 있다. 이제는 수집 자체가 취미가 돼 향수샘플.그림엽서.동전도 제법 있어 회사동료들과 교환하곤 한다는 崔씨는 이 소중한 물건들을 두 딸이 시집갈 때 선물로 줄 작정이라며 따뜻한 부성애를 보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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