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시위 두 달째 쇠고기는 묻히고 … 보수·진보 목소리는 넘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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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현상)다. 다시 보수·진보 진영의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 정권 10년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공수(攻守)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불거질 때만 해도 먹거리 이슈였다. 6·10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쇠고기 이슈는 사라지고 이명박 정부의 개혁 이슈 전반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졌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들이 앞에서 이끌고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이익단체들이 조직력을 보탰다. 쇠고기 고시의 관보 게재 이후엔 반정부 거리시위대로 변모한 이들도 나왔다. 그러자 느슨했던 보수 진영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태평로 무법천지’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도 뛰어들었다. 2008년 대한민국엔 보혁(保革)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정치권도 편 갈려=30일 전형적인 풍경이 벌어졌다. 보수 정치권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쇠고기 파문 초기만 해도 야당의 길을 걷던 자유선진당이 거리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들을 ‘폭도’라고 지칭했다. 그는 “정권 타도를 주장하면서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는데 그걸 막지 않는 바보 정권이 어디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발언 일색이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촛불 정신은 사라지고 정치 투쟁을 하는 깃발만 난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진보 정권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진보 성향의 분들이 굉장히 늘었다”며 “보수 정권 들어서고 석 달이 겨우 넘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진보의 저항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등 보수 성향의 원로 18명도 이날 “촛불시위가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고 법치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진보 진영은 대신 거리를 채웠다. 30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미사에 이어 ^민주노총의 총파업(2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대규모 집회(1∼6일)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압수수색 등 공권력의 강력한 대응에 반발, “정권 퇴진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진보 색채의 야당들도 거리에서 이들과 합류하고 있다. 그러곤 이명박 정부를 1980년대 신군부에 비유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정부의 잘못·무능을 공안 정국으로 뒤덮으려는 음모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착검한 총만 보이지 않을 뿐 80년 광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며 “수십 년이 흘러도 (보수 정권의) 폭압의 유전자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역대 폭압과 공안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산증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란 논평을 냈다.

◇“보혁 구도 장기화할 것”=전문가들은 보혁 갈등 구도가 일회성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설령 반정부 거리시위가 수그러들더라도 말이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진보 진영이 1, 2년간의 무기력을 떨치고 원기를 회복했다”며 “당분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연세대 김성호 교수도 “태평로의 무법천지는 정리되겠지만 보혁 대결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보혁의 문제는 정치권의 문제가 아닌 국민 하나하나의 문제가 됐다”며 “앞으로 몇 년간의 토론과 갈등·투쟁을 거쳐 우리 사회가 나갈 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이 보수가 됐든 진보가 됐든 공수 교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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