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 Story] 올 수출 400억달러 … 대한민국은 오일로 돈 버는 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석유류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5월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석유제품(38억 달러)은 선박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5위에서 껑충 뛴 것이다. 5월에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쓴 돈은 81억 달러였다. 이렇게 수입한 원유를 잘 가공해 수입 금액의 45%를 다시 달러로 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234억 달러에 달한 석유제품 수출은 올해 4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가 국내에선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석유제품 수출을 돕는 효자인 셈이다.

◇부가가치 높은 제품 수출 늘어=석유제품 중 최근 수출이 급증한 품목은 경유와 항공유다. 경유 수출은 경제가 빠르게 커가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환경 규제로 정유공장 증설이 30년간 묶여 있는 미국으로는 항공유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경유와 항공유는 수출 단가가 배럴당 160달러를 넘는다. 정유사들이 5월 수입한 원유는 배럴당 평균 110달러. 물론 정제·가공에 비용과 노동력이 투입되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남는 장사다. 대신 값싼 벙커C유 수출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00년엔 벙커C유가 전체 석유제품 수출 물량의 24%를 차지했지만 올 들어선 13%로 떨어졌다. SK에너지 전석호 석유제품트레이딩 팀장은 “마진이 작은 벙커C유 수출은 지난해의 85% 수준으로 낮추고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수출을 늘림으로써 외화벌이가 내용면에서 충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유·항공유와 같은 경질유 수출을 늘리려면 설비가 좋아야 한다. 고도화 시설을 이용해 값싼 벙커C유에서 비싼 경유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강신기 상무는 “아시아 지역은 수요가 급증하지만 정제시설이 부족하다”며 “따라서 고도화 시설 투자가 잘 된 회사일수록 수출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고 말했다. 고도화 비율이 25.5%로 국내 업체 중 가장 높은 에쓰오일의 수출 비중은 60%다. 다른 업체들도 ‘지상 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 설비 투자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지난달 제3기 고도화시설 상업생산에 돌입한 SK에너지는 인천CLX(옛 인천정유)에 제4기 고도화 설비 건설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2011년까지 고도화 설비 등에 총 5조원을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정유사들은 기존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미국·일본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베트남·칠레 등 새로운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 대신 수출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일본 정유사가 내수에 치중하면서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이 1억7357만 배럴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과장은 “국내 정유사는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린 덕분에 지금 고유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폭리 논란 불거질까 걱정도=수출 급증으로 정유사들이 2분기에 좋은 경영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투자증권 김재중 연구원은 “석유제품 가격의 급등으로 정유사의 2분기 매출액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던 1분기와는 영 다른 분위기다.

1위 업체인 SK에너지는 상반기에 석유사업에서만 6조원, 전체적으로 10조원가량의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둘째로 수출액 2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실적이 좋은 만큼 걱정도 커진다. ‘고유가로 서민생활은 어려운데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