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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黨'이 전면으로…'후보' 뒷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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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충남 보령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와 운동원들이 8일 출근시간에 맞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없이 운동원들의 그림자만 길게 드리워져 있다. [보령=변선구 기자]

이번 총선에선 '인물'이 실종됐다.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출마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절반 이상이 출마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후보를 알게 된 경로는 직접 만났거나 정당 홍보물을 통한 경우가 35%로 가장 높았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가 25%, '선거공보나 선거벽보를 통해서'가 25%였다. 선관위가 기대를 걸었던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통한 후보 인지는 7%에 불과했다. 후보를 선택할 때 인물을 보겠다는 응답이 62%였고 정당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36%였다.

인물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수치상 많다고 해서 인물이 결정적 평가 기준이 된다고 보면 곤란하다. 대개 7(인물) 대 3(정당)의 비율이 '정상적'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 조사에선 고려 요인으로 후보의 '자질과 경력', 즉 인물을 꼽은 응답이 82.3%로 '소속 정당'11.8%보다 훨씬 많았다. 그동안의 추세로 볼 때 인물을 보고 찍겠다는 응답이 반이라고 가정하면 실제로는 인물을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물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70~80%에 달할 때도 실제로는 지역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그러한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 지역구에선 후보가 교체됐는데도 지지율 변화가 없다. 어떤 정당만 찍겠다거나 절대로 안 찍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이번 총선의 막판 변수 중 하나가 투표율이다. 특히 접전지역을 중심으로 연령별 투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20대가 투표를 꼭 하겠다는 응답률이 제일 낮지만 16대 선거 직전의 응답률보다는 높아졌다. 당시의 투표 확실층은 50% 정도였다. 30대와 40대 역시 16대 때보다 5%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50대 이상은 워낙 투표율이 높기 때문에 지난 총선과 비교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여론조사의 투표 의향과 실제 투표율 사이엔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투표 확실층은 68%였지만, 실제 투표율은 57.2%였다.

부동층의 향배도 관심사다. 1주일을 앞두고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51%에 달했다. 특히 일반의 예상과 달리 20대 유권자의 65%가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내세운 미결정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출마 후보에 대한 불만, 출마 후보를 모르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등이다. 그런 이유라면 대개 투표일까지 후보를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기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surve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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