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검은돈 추적 세계적 전문가 앤드루 켈티 변호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스위스은행은 한번 돈이 들어갈 경우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블랙홀」로 여겨지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50여개국에 사무소를 둔 세계 최대 법률회사 「베이커 앤드 매켄지」런던사무소의 앤드루 켈티변호사는 10년이상 세계 도처의 「검은돈」을 쫓아온 비자금 추적 전문가.
그는 3년전부터 피해금액이 무려 5억달러(약 3천9백억원)에달하는 「그루포 토라스」사 사기사건을 맡아 스위스.미국.영국 등 20여개국에 분산 은닉된 자금을 추적중이다.피고인만 56명에 달하는 이 사건은 스페인에 설립됐던 쿠웨이트 계 「그루포 토라스」사의 관련자들이 회사돈을 빼돌렸던 전형적인 공금유용사건.그중 상당액이 스위스은행들에 숨겨져 있었다.이 돈의 회수에 성공한 켈티 변호사는 스위스은행 은닉자금의 소재파악및 환수문제에 관한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
다음은 인터뷰 요지.
-「그루포 토라스」사 사기사건은 어떻게 끝났는가.
『직업비밀상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으나 스위스은행들에 예치됐던 거액의 도피자금을 대부분 확인해 환수하게 됐다.』 -환수를 하려면 사전에 정보가 필요했을텐데.
『형사소송의 경우 해당 범죄자의 이름만으로도 스위스은행내 계좌추적이 가능하다.먼저 은닉자금의 존재여부를 알려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을 통해 스위스은행에 제출하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스위스은행들에 일일이 정보를 요청할 수 없지않은가. 『비자금이 은닉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2~3개 은행을 지명한뒤 「이들 은행을 조사해 달라」고 비자금조사를 요청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계좌이름이 실명이 아닌 코드로 돼있더라도 추적이 가능하다.』 -스위스가 법률상 정보제공의무를 둔 이유는 무엇인가.
『스위스정부는 자국의 은행이 세계각국 범죄자들의 돈세탁 장소로 이용된다는 오명을 씻기 위해 「연방형사법」및 「연방형사소송법」내에 강력한 조항을 신설해 범죄관련 자금이라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 이를 공개,환수시키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스위스가 아닌 제3국에서 열리는 재판도 해당되는가.
『스위스 국내법에 따라 비록 재판이 제3국에서 열리더라도 담당재판부가 스위스법원에 직접 협조를 요청할 경우 은행들은 이를받아들이게 돼있다.』 -한국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부정축재사건도 그렇다는 것인가.
『盧전대통령의 경우도 다른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비자금이 스위스은행에 존재한다는 단서만 있으면 충분히 이를 환수할 수 있을 것이다.경험상 비자금 존재에 대한 단서만 확보되면 은닉자금의 해외유출 시점이 오래됐다 해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추적이 가능하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