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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아이디어 네트워크가 창조성의 원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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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스마트월드
리처드 오글 지음, 손정숙 옮김,
리더스북, 504쪽, 2만원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은 현대의 가장 위대한 건축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당시 이 ‘걸작’을 보고 흥분한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자는 리뷰에 이렇게 썼다.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은… 게리의 건물이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롭지만, 기적적인 사건은 이 성지를 만들어낸 이들의 시야에 쏟아져 들어온 주체할 수 없는 낙관주의다.”

이 책을 쓴 오글은 게리의 건축이 “창조적 도약의 뛰어난 본보기”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책은 이 같은 ‘창조적 도약’에 대한 열혈 탐구 보고서다. 무한한 창조성을 발휘하는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고,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혁신을 이뤄내는가를 묻고 집요하게 그 해답을 찾아나간다. 아니, 저자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보는 게 맞다.

다시 빌바오로 돌아가보자. 그가 보기에 게리의 건축은 그냥 건축이 아니다. 미술과 건축, 분할된 면과 전체, 진부함과 아름다움 등 “상반되거나 교차하거나 때로는 무관한 요소 간에 서로 역동적인 상호작용”이며, 여기서 분출되는 에너지의 산물이었다.

지은이는 게리 외에도 창조적 도약을 이룬 거장으로 DNA 나선구조를 밝힌 크릭과 웟슨, 애플의 스티브 잡스, 피카소, 바비인형을 만든 루스 핸들러,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 영국 화가 윌리엄 터너를 꼽았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창조성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로 ‘네트워크 과학’을 찾아냈다. 이들이야말로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탐험하고, 상상하고, 통합하는 역량이 있었다는 것이다. 제목에 쓰인 ‘스마트 월드’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들이 연결되면서 생성한 아이디어 공간을 말한다.

저자인 오글은 언어학자이나 비즈니스 컨설턴트다. 과학·산업·미술·디자인·건축을 현란하게 넘나들며 창조성의 9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수사학, 언어학, 아이디어의 역사,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등을 연구해온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그가 제시하는 추상적인 개념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독자를 매료시킬 수도, 자칫 방만하게 보여 압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메시지는 명료하다. 창조는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지식이 부딪친 결과”라는 것이다. 한 분야에 집착하지 말고 상상력과 직관, 통찰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원제 『Smart World: Breakthrough Creative and the New Science of Ideas』.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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