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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위성발사 숨은 일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황보한(皇甫漢.58)한국통신 위성사업본부장은 7년째 동부이촌동 한 아파트에서 자취중(?)이다.皇甫본부장이 가족들을 미국에남겨두고 89년 19년만에 단신 고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단 하나 태극기가 달린 상업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서 였다.
이렇듯 지난 14일 2호위성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몰래 눈시울을 붉힌 사람들중에는 재미(在美)과학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위성시대를 개막시킨다는 신념 하나로 보수높고 전망좋은 미국 직장을 버린 사람들이다.
皇甫본부장은 70년부터 페어차일드 우주항공사.MRJ사등 세계굴지의 위성제작사에서 수십개의 상업위성을 쏘아 올린 국제적 인물. 90년 한국통신안에 무궁화위성사업을 위해 발족된 위성사업단의 단장을 맡은 그는 『첫 위성발사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위성제작및 발사경험을 지닌 재미과학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에 따라 로크웰사.휴즈사에 몸담고 있던 이규종(李奎鍾)박사,에어로 스페이스사.TRW사에서 근무하던 송영두(宋永斗)박사등 위성분야에서만 20년 경력을 쌓은 핵심전문가 2명이 91년 한국통신으로 자리를 옮겼다.이어 TRW사의 김명석 (金明錫).맥도널 더글러스(MD)사의 현용선(玄勇宣)박사가 스카우트됐고 록히드마틴(LD)사의 발사감리전문가 김봉전(金奉銓)박사가93년 최종 합류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발사된 1호위성이 1,400㎏ 무게의 보조로켓 하나가 늦게 분리되는 사고로 인해 수명이 반이상 줄어들게 된 것은 이들중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이들은 하루 아침에 「대통령 표창을 받을 인물」에서 「국가적 위성사업을 실패시킨 장본인」들로 전락했고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주위의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이중 宋박사와 玄박사는 몇가지이유로 1호발사후 한국통신을 떠났다.
더욱 무거워진 부담감을 가지고 2호위성발사를 추진하게 된 이들은 아예 지난해 11월부터 발사장과 위성체 제작사로 사무실을옮겨 진행상황을 주도면밀하게 점검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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