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大入논술 문제점과 대책-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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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 대학입시에서 각 대학 논술 문제가 너무 어렵게 출제됐다는 지적이 많다.특히 97학년도 새 대학입시에서는 논술이 유일한 본고사 과목으로 남게돼 올 논술문제를 접한 일선 고교와 예비 수험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해 하고 있다.
서울대 백종현(白琮鉉.철학)교수,숭문고 허병두 (국어)교사,본사 김창호(金蒼浩.철학박사)전문기자의 좌담을 통해 올 논술시험문제점 분석과 함께 대학.고교에서의 대책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註〕 ▶김창호 전문기자=올 대학입시 논술시험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우선 합격 여부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고 무엇보다 논술 한 과목으로 본고사를 치르게 되는 내년 이후의 출제경향이나 형식의 전형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먼저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의 필요성,기본 의도가 무엇인지부터 말씀을 해주시지요.
▶백종현 교수=대학입시에서 객관식 시험은 채점이 용이하고 객관성이 확보되며 적은 비용으로 빠른 기간에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를 선발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논술시험은 이런 단점을 보완 해 풍부한 지식과 깊은 사고력의 소유자를 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허병두 교사=논술시험이 고교교육 정상화 노력에 도움이 되고있는 것은 사실입니다.폭넓은 독서와 체험.사고를 요구함으로써 종전의 암기위주식 학습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있는 것이지요.객관식 시험시대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토론학습을 시도할 수 있게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그러나 현재의 평준화 제도 아래에서 이질적인 학생집단의 토론학습이나 논술지도가쉽지 않고 교사들도 논술지도교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논술 준 비를 학생 각자에게 맡겨 두고있는게 현실입니다.
▶김=올 논술문제는 수험생과 일선교사.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혼란을 주고 있습니다.지문 내용이 무엇인지 이해하기조차 어렵거나 쟁점이 없는 문제,논술이 아니라 작문에 머무르는 문제가 출제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허=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배워온 학생들이 제대로 따라갈 수 없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문제들이 출제됐다는 게 교사들의대체적인 생각입니다.심지어 교사들도 제대로 풀 수 없는 난해한문제가 보이기도 했고요.한마디로 고교 수업으로 는 책임질 수 없는,대학 1학년의 교양과정 또는 논문으로 제출할 내용의 문제를 60~90분의 짧은 시간에 작성하도록 요구한 이번 문제들이과연 시험문제로 적절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백=무엇보다 교육부,대학사회 그리고 일선고교에서 논술에 대한 합의된 개념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데서 이같은 문제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사실 대학입장에서 보면 논술은 영어.수학과목과는 달라 전공과 상관없이 어떤 교수나 출제위원이 될 수 있다보니 고교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교수들이 출제에 참여하기 쉽고 매년 출제위원이 달라 논술문제의 정형이 만들어지기가 어려운 것이지요. ▶김=이번 논술시험에서는 고교 교과서를 전혀 고려하지않은 문제가 많이 출제됐는데 대학입시에서의 논술시험이라면 고교교과서 지식을 단답형이 아니라 논술형으로 묻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출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백=사실 고교 졸업생이 알아둬야 할 기본적 주제들은 고교 교과서내에 다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따라서 입시 논술시험은 교과서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이보다 한단계 정도 더 높은 지식수준을 요구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동감합니다.
논술시험을 통해 대학이 요구하는 것도 고교 교육과정에서 교과서내용에 대해 깊이 사고하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습관을기르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고교 교육과정과 무관한 높은 단계의 문제를 내는 것은 오히려 고교 교육을 망칠 우려가 있습니다. ▶김=논술에 대한 개념 정립이 늦어지고 혼란이 계속되면 고교에서는 논술지도에 손을 놓게 되고 학생들을 개별 논술과외로 내몰아 입시산업만 번창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 다뤄주어야 ▶백=대학에서 출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특히 논술은 교과목이 아니라 시험형식인 만큼 다양한 분야를 다뤄야 하며 수험생의 깊은 사고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시험시간을 3시간정도로 늘려잡고 글자수 제한폭도1,000~2, 000자 등으로 넓혀주는 등 시험에서의 제한을대폭 없애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허=개별 교사의 역량으로는 논술지도에 한계가 많은게 사실입니다.우선 일선 교사들이 실력과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시간.
비용 등 연구여건 조성을 위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합니다.토론과병행되지 않는 논술은 독단에 빠질 우려가 있는 만큼 토론식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리=김남중 기자〉 정리=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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