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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형사 강철중이 말랑말랑해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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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강우석 감독 특유의 우직한 정통 유머와 시나리오를 쓴 장진식 유머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철중’은 코미디영화로서 성공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대신 범죄 드라마로서 ‘강철중’이 주는 긴장감은 훨씬 무뎌졌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감독 강우석 주연 설경구·정재영·강신일 상영시간 125분 개봉 6월 19일

형사 강철중이 6년 만에 돌아왔다. 속편이지만 오히려 번외편처럼 보이는 ‘공공의 적 2’와 달리 강철중을 막무가내 좌충우돌 형사로 되돌린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은 ‘공공의 적’에 이은 정식 속편처럼 보인다. 강철중(설경구 분)은 미국 드라마 ‘CSI’의 주인공들과 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다. 과학수사보다 육감수사에 의존하고, 법보다 주먹이 앞서며, 과묵하기보다 수다스러운 인물이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영화 속에서 다섯 살을 더 먹은 탓에 강철중의 성격도 조금은 변했다.

초등학생이 된 딸이 있어서인지 욕도 많이 줄었고 사고하는 것도 보다 현실적으로 변했다. 강철중이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는 장면은 분명 1편에서 볼 수 없었던 면모다. ‘강철중’은 노모와 딸을 등장시키면서 강철중의 현실적 고민을 은근히 강조한다. 이제 강철중도 막무가내로 살 수만은 없는 나이인 것이다.

사소한 장면이지만 강철중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 하나. ‘공공의 적’ 1편에서 강철중은 전과범 과일 장수에게 과일을 상납받았다. 하지만 ‘강철중’에서 이제 강철중은 어머니가 부탁한 과일을 제값 다 주고 산다. 천하의 잡놈이자 세상에 무서운 것 없던 강철중이 나긋나긋해진 것이다.

6년이 긴 세월은 긴 세월인 모양이다.그렇다 해도 삐딱하고 괴팍한 성질은 여전하니 그리 섭섭해할 것은 없다. 툭하면 사직서를 내던지는 의리의 사나이는 여전히 무식하고 씩씩하다. 구부러지느니 차라리 부러지고 말겠다는 의협심이 온몸에서 비어져 나온다.

강철중이 변한 것처럼 공공의 적도 1, 2편과 달리 인간적인 캐릭터로 변모했다. 극악무도한 파렴치범이었던 1, 2편의 악당과 달리 ‘강철중’의 악당 이원술(정재영 분)은 밖에서는 냉혈한이지만 집안에서는 따뜻한 가장이다.

한결 부드러워진 두 주인공 캐릭터로 인해 ‘강철중’은 시리즈의 이전 두 편보다 훨씬 말랑말랑해졌다. 갈등 구조를 극대화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강조하기보다 코미디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은 강철중이라는 인물과 주변인물들에게 허용된 빈틈을 최대한 활용해 끊임없이 유머를 구사한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우직한 정통 유머와 시나리오를 쓴 장진식 유머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강철중’은 코미디영화로서 성공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대신 범죄 드라마로서 ‘강철중’이 주는 긴장감은 훨씬 무뎌졌다. 악당에게 평범한 생활인의 면모를 부여해서이기도 하지만 범죄의 주체가 여러 명으로 분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등학생을 동원해 범죄조직을 운영하는 폭력조직의 두목 이원술은 늘 2인자 문수에게 악랄한 범죄를 대신 시키고, 문수는 다시 철없는 고등학생들을 내세워 칼을 휘두르게 한다. 하지만 악당에게 뚜렷한 범죄의 동기를 부여하는 보통 범죄영화와 달리 ‘강철중’은 범죄자에게 인색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훈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강철중이 용의선상에 오른 고등학생을 타이르는 것처럼 영화 ‘강철중’ 역시 독살스러운 악당을 내세워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보다는 어린 관객을 타이르듯 설득한다. ‘한반도’보단 덜하지만 메시지의 과잉은 여전하다.

‘강철중’은 세련된 스타일과 거리가 먼 우직한 영화다. 웃음은 크고 빈번하며, 이야기는 허술하고 느슨하다. 강우석 감독은 유연한 코미디의 리듬감과 입체적인 캐릭터, 익숙한 이야기 전개로 125분을 이끌어간다.

강철중 역의 설경구와 이원술 역의 정재영은 나무랄 데 없는 최선의 연기로 영화의 완성도에 일조한다. 1편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이문식과 유해진의 출연도 인상적이다. 최상의 상업영화는 아닐지라도 ‘강철중’은 한국 영화 흥행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두 번째 속편’으로 기억될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이진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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