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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야생화에 빠진 15년 “2만점 모아 식물원 열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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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야생화 식물원을 운영하는 이현숙(54)씨가 자신이 재배하고 있는 야생화에 물을 주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주 주말인 21일 오후 2시쯤 속리산 입구인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주리 오정산 기슭 한 가정집의 정원과 온실에는 등심붓꽃, 노랑애기붓꽃, 금당화 등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가득했다.

농촌에서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는 이현숙(54)씨가 만든 야생화 식물원이다.

이날 이 식물원에는 서울·대전 등지에서 온 관광객 10여 명이 야생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씨는 관광객을 정원과 온실의 곳곳을 안내하며 야생화 이름을 알려줬다. 아울러 야생화의 꽃말이나 담긴 사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또 물은 며칠에 한 번씩 줘야 하는지, 비료는 얼마만큼을 어떻게 공급해야 하는지, 분재 만드는 법 등 야생화 재배법도 상세히 설명했다.

김미란(45·대전시 서구 탄방동)씨는 “국내 토종 야생화가 이렇게 아름답고 많은 줄 몰랐다”며 “앞으로 이 식물원을 자주 찾아 야생화 재배법을 배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식물원에는 이씨가 15년 동안 정성 들여 가꾼 800여종의 토종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이달 초 문을 연 이 식물원 이름은 ‘속리산 하늘빛 식물원’. 이씨는 이름의 의미를 “맑고 푸른 하늘색처럼 아름다운 터”라고 말했다.

식물원은 4000여㎡의 정원과 160㎡ 온실을 갖추고 있다. 정원과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토종 야생화는 모두 800여종으로 개체 별로는 2만점은 족히 넘는다. 야생화도 깽깽이풀과 솔나리 등 보호식물과 이씨가 특별히 애정을 보이고 있는 등심붓꽃, 노랑애기붓꽃 등 다양하다.

이씨가 야생화를 처음 접한 것은 15년 전. 당시 이웃으로부터 토종 야생화 한 포기를 얻었으나 꽃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친구에게 주고 까맣게 잊었다.

그러나 꽃을 피운 친구의 초청으로 야생화를 감상한 뒤 야생화의 매력에 빠졌다. 그때부터 이씨는 혼자 또는 남편과 함께 전국 유명산을 비롯해 야생화 꽃집 찾아 하나 둘씩 꽃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볼품 없는 비닐화분에 담긴 1000~2000원짜리 산야초라도 그녀의 감각적인 손놀림을 거쳐 새 화분에 옮겨지면 멋스러운 작품이 된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화분의 관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3월부터 동호인 등을 대상으로 야생화를 판매하기 시작했는 데 전국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아 수입도 쏠쏠하다.

5년 전부터는 보은 들꽃사랑연구회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 야생화 전시회 등을 열어 우리 꽃을 알리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야생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속리산으로 가는 길목에 식물원을 개원했다”며“특별히 야생화에 관심있는 도시민들이 찾을 경우 꽃 소개와 함께 재배할 때 주의할 점 등 재배기술도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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