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40일 영업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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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형 통신업체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하나로텔레콤에 40일간 초고속 인터넷 신규 가입자 모집을 정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업체가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위탁업체에 넘겨 텔레마케팅에 활용토록 한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15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조항은 사업자가 이용 약관을 지키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를 내리도록 돼 있다. 개인정보 유용 혐의에 대해 이 조항을 적용해 영업정지를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이기주 이용자네트워크국장은 “(경찰 수사 결과처럼) 정보의 유출이나 제3자 제공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동의받은 범위를 넘어 개인정보를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행위는 강력하게 제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엔 개인정보 유용에 과태료만 물렸지만 갈수록 이용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좀 더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하나포스닷컴에 고객을 무단 가입시킨 데 대해 과징금 1억4800만원, 개인정보 제공을 거절한 후에도 파기하지 않은 데 대해 과태료 3000만원을 함께 부과했다. 방통위는 개인정보 수집·제공·위탁 등에 대해 일괄 동의를 받던 것을 항목별로 동의를 받도록 바꾸기로 했다.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국장은 “다른 초고속 인터넷 업체는 물론 케이블 업체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중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텔레마케팅 영업과 관련된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정에 하나로는 “텔레마케팅 업무를 위탁한 것인데 무거운 제재를 받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관계회사인 SK텔레콤과의 결합상품 출시에 차질을 빚는 데다 민·형사 소송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로는 지난달 8일 텔레마케팅을 중단한 이후 이용자가 5월 한 달 7만 명 가까이 줄었다. 다음달 초부터 40일간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석 달 이상 신규 가입자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KT와 LG파워콤 등 경쟁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결합상품 경쟁에서는 어부지리를 얻게 될지 모르지만 하나로처럼 텔레마케팅을 영업에 널리 활용해 온 이상 형평성 차원에서 방통위 제재를 피해가기 어려울지 모른다. 통신업계뿐 아니라 보험·카드사 등 텔레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는 업체들도 파장을 주시한다. ‘고객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 거는 건 위법’이라는 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온 셈이기 때문이다. 텔레마케팅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컨택센터협회의 황규만 사무총장은 “전화 마케팅을 금지할 참이 아니라면 적절한 방법으로 일할 제도적 숨통을 터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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