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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차밭 기행 ② 오감을 행복하게 만드는 차밭의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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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에서는 ‘맛 자랑’ 하지 마세요.

옛날부터 전라도 보성군에 위치한 벌교에 가서는 주먹 자랑 하지 말고 여수에 가서는 돈 자랑 하지 말고, 순천에 가서는 인물 자랑 말라고 했다. 여기에 하나 더 넣자. 이곳 보성에서는 ‘맛 자랑’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중에 파는 ‘녹차’는 한 가지 종류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끝물차로 나누고 절기에 따라 납차, 사전차, 화후차, 기후차, 우전차, 소춘자로 나뉜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덖음차, 절충차, 또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 우롱차, 홍차 등으로 나눈다.

대한다원 입구와 내부에는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빙수, 녹차냉면, 녹차 돈가스, 녹차밥, 녹차 자장면, 녹차 수제비, 녹돈 등 녹차밭 진풍경으로 눈이 즐거웠다면 이 휴게실에서는 입이 즐거워 질 차례다.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는 차의 구덕(九德)을 ‘뇌를 맑게 하고 입맛을 돋우며 눈을 밝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며 술을 깨게 해주고 갈증을 멎게 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더위를 물리치며 잠을 쫓아준다’고 말했다. 또 초의선사는 해마다 봄이 되면 해남 대둔사 일지암에서 차를 만들어 한양에 있는 추사 김정희에게 보냈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 또한 초의선사 못지않은 애다인으로 차가 떨어질 때마다 초의선사를 채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진다.

옥화 같은 차를 한 잔 마시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거니는 것 같네
밝은 달은 촛불이 되고 또한 친구가 되며
흰 구름은 자리 되고 아울러 병풍이 되어주네

-초의선사 <동다송> 16송.-

안개와 차

안개가 많으면 괜스레 마음이 가라앉는다. 짙은 안개 속을 걸을 때면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때론 우울해지기도 한다. 농작물에게도 안개는 적이다. 보통 안개가 자욱하면 일조량이 모자라 비실비실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차나무에게 안개는 보배로운 존재다. 습기가 많은 안개는 찻잎을 더욱 푸르고 싱싱하게 해주고 차밭 풍경을 환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백만여 평 산비탈에 심어진 보성 차나무들은 득량만에서 퍼다 올린 안개를 먹고 산다. 그래서 싱싱하고 잎이 푸르다.

제2다원 풍경, 호젓한 산책길이 일품이다.

평지에 가득 찬 녹차 밭의 향연

대한다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제2다원도 산책을 즐기며 녹차밭을 감상하기에는 제격이다. 대한다원에 비해 사람이 북적이지 않고 평원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녹차밭이 대한다원과는 새로운 멋을 드러낸다. 드라마 ‘여름향기’의 주인공 손예진과 송승헌이 이 길을 따라 걸어 더 유명해졌다. 사진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띤다. 산책길을 따라 있는 소나무와 녹차가 카메라에 보기 좋게 담긴다. 제2다원은 대한다원과 달리 입장료가 없다.

바다 vs 해수탕, 선택이 즐거운 율포 해수욕장

보성 차밭을 다 둘러 봤다면 율포 해수욕장으로 떠나보자. 보성 차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심이 깊지 않아 해수욕이 즐거운 율포 해수욕장이 있다. 득량만은 호수처럼 잔잔해 특히 모래가 곱고 해송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중에 하나다. 갯벌에서 동네 주민들이 바지락과 새조개를 잡는 모습이 눈에 띤다. 관광객들도 발을 걷고 벌로 들어가면 친절히 조개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 해수욕장 주변으로 민박이 즐비하다. 민박촌 바로 옆에는 2006년에 개장한 다비치 콘도가 개장돼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숙박업소가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깨끗한 숙박업소가 많이 문을 열어 사시사철 깨끗하고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이 들어섰다.

율포 해수욕장 바로 인근에는 해수녹차탕이 있다.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가 관광객들의 지친 몸을 달래준다. 고혈압과 동맥경화, 관절염, 신경통, 건성피부 보호와 피부병 예방 효과가 빼어나다고 소문이 나 해수요장 보다 이 곳 해수탕을 즐겨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해수탕 안에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멋스럽다. 아이들의 천국인 해수풀장도 있다. 청정한 바닷물을 이용해 어린이와 성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튜브형 슬라이드와 해적선, 유수풀 등 놀이 시설을 갖추고 20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야외풀장이다. 썰물 때나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을 때는 이곳에서 색다른 놀이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아이들고 함께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선홍색 철쭉의 향연, 일림산과 제암산.

보성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인 일림산과 제암산으로 발을 옮겨보자. 일림산은 100만 여 평에 달하는 철쭉군락의 보성강의 시원인 용추계곡이 있는 해발 664m의 산이 일림산이다.

두 개의 큰 계곡이 있는 이 산은 산정 산아래 습지대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뿜여져 내리는 물이 바위 암반을 따라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처럼 굽이쳐 내려와 장관을 이룬다. 계곡 사이로 식재된 삼나무가 뿜어내는 독특한 향이 일품이며 매년 5월초가 되면 온 산을 물들인 철쭉군락 일림산 철쭉제가 열린다. 제암산에는 자연 휴양림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학습하려는 가족 단위에게 안성맞춤이다. 제암산은 보성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807m를 자랑한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높이 33m 의 황제바위가 관광객을 맞이하고 황제바위는 100여명이 충분히 앉을 정도로 널찍해 힘들게 올라 온 등산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고한다. 산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풍광과 멀리 광주의 무등산, 영암의 월출산, 고흥의 팔영산 등 남도의 명산을 함께 볼 수 있어 카메타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또한 이 산에서는 자연의 숲과 인공의 숲이 조화를 이루는 휴양림이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휴양림에서는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즐길 수 있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곡과 어린이를 위한 놀이터, 청소년 광장, 야영장과 숲속의 집, 각종 새들을 볼 수 있는 조류원, 사슴사육장 등이 있다.

tip

‘일림산 철쭉제’와 ‘대원사 종교음악제’ 등의 행사가 ‘보성 다향제’ 행사 기간에 열린다. 보성차밭 주변관광지로는 율포해수욕장, 고흥 나로도 우주센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소록도, 낙안읍성, 보길도, 송광사, 선암사, 운주사, 도곡온천, 내장산, 지리산 등이 있다.

tip 보성군 문화관광해설가

보성에는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즐겁고 편안한 답사를 안내해 주는 지역해설 자원봉사자가 있다. 지난 2001년부터 활동 중인 문화관광해설가들은 보성의 관광자원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이야기꾼이자 보성군의 매력을 한층 높이는 전문관광안내원이기도하다. 다례시연에서 소리공연까지 보성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하고, 천년고찰 대원사에 상주하며 관광해설을 실시하고 있으며 소설 태백산맥의 현장, 보성의 문화유적지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보성군 문화관광해설가 안내요청: 문화관광과 061) 850-5223-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자료제공: 보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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