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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는 가고 WWS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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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펑크소설 『뉴로맨서』(1984)가 제시한 가상세계는 워쇼츠키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1999)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됐다. 이제 우리에게 가상세계는 그리 낯설지 않다. ‘리니지’같은 다중롤플레잉 온라인 게임과 2003년 시작된 인터넷 가상현실 사이트 ‘세컨드 라이프’의 폭발적인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이같은 가상현실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 소설가이자 게임 시나리오 작가인 이인화 교수(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는 가상세계의 위력을 진단하며 “곧 WWW(월드 와이드 웹)은 가고 WWS(월드 와이드 시뮬레이션)시대가 온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사)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주최로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8 디지털 스토리텔링 컨퍼런스’에서 “가상세계는 단순한 콘텐트가 아니라 게임, SNS, 커뮤니티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기존의 비즈니스 영역을 통합하며 수많은 사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집객력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정보화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은 정보가 아닌 고객의 관심”(허버트 사이몬·1997)이며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와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사람들은 현실보다 가상세계에 더욱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문자나 정지화상 위주의 2D 웹이 실제와 같은 공간감을 주는 3D 웹으로 급속도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더욱 가상세계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장에 있는 듯한 임장성(Telepresence), 아바타 등을 이용한 표현가능성, 실제와 유사한 룰이 통용되는 수용성 등을 3D 웹의 장점으로 꼽았다(표 참조). 현재 2D 웹보다 편의성이나 접근성, 호환성 면에서 떨어지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기술발전에 따라 머지않아 극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현실세계를 모방한 가상세계가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고, 탈현실적 가상세계에서 현실적인 공감을 찾아낼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세계 연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햅틱폰을 개발한 삼성전자 장동훈 상무가 휴대전화에 구현한 스토리텔링에 대해 기조발표를 한 데 이어 “최근 애니메이션의 스토리가 기존의 기승전결 구조가 아닌 게임 개발을 염두에 둔 지속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한창완 교수(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 최근 심리학-뇌연구를 바탕으로 가상세계에서 느끼는 존재감을 분석한 이중식 교수(서울대 정보문화학)의 발표가 이어졌다.

24일에는 ‘한국형 디지털스토리텔링 개발사업’과 관련된 공청회에 이어 ‘디지털 복원과 스토리텔링’(김탁환 교수·카이스트 CT대학원), ‘제주 스토리텔링 산업의 필요와 전망’(양진건 교수·제주대) 등 전문가 강연 및 발표가 준비돼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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