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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관세체계 개편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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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관세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아직 세부계획은 마련되지 않았으나첫째,경쟁력 유망부문의 관세는 올리면서 그 원자재는 낮추고 둘째,업종별로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는 차등관세의 성격을 가미하며셋째,그 인상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양허 된 수준내에서 한다는 것을 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때늦은 제언으로「다된 밥에 재뿌리는」격이 되지않기 위해 바람직한 관세체계개편과 세부계획마련에 도움이 되고자 몇가지 제언한다.
우선 특정산업을 보호.육성하는 수단으로 차등관세는 적합하지 않다.관세를 차등적용해 산업구조를 특정한 방향으로 끌고가려는 충정은 이해되나,실효성과 시장왜곡 측면에서 달리 생각해야할 것이다. 80년대 이래 균등관세를 고집했던 것도 관세구조를 바로잡아 국내가격체계를 국제가격체계에 접근시킴으로써 무역이 비교우위에 의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또 정부가 정한 「유망전략산업」이라는 것이 산업구조 고도화를 유도하기는 커녕 그 변화를 반영하기에도 벅차 오히려 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키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어찌보면 관세의 차등화도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의 임의적인 개입이다.산업정책수단으로 의미를 잃고 있는 차등관세로 특정산업을보호.육성한다는 것은 다분히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보호.지원하는 것보다는 (개방과 규제완화를 통 해)경쟁을 제고하는 것이 해당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애쓰게 한다는 것이 원론이고 또 경험이다.
둘째,구태여 부문간에 관세율을 달리해야 한다면 그 관세격차는인상보다는 인하로 해야한다.보호.육성하려는 부문의 관세를 인상하기보다는 여타 부문의 관세를 낮추어도 유인효과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셋째,양허수준내에서의 관세조정은 모든 나라에 주어진 권한이다.그러나 실효관세율의 인상은「개방을 통한 경쟁제고」라는우리 대외경제정책의 기본방향에 어긋난다.
관세를 포함,모든 무역장벽을 낮추고 없앰으로써 자유.공정무역을 확대하자는 WTO나 한달반 전에 오사카(大阪)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참여한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자유무역안 기본취지에도 배치된다.
넷째,관세는 대외경제정책의 수단이어야 한다.현시점에서 정부가관세인상안을 꺼내는 것은 자칫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격이될 소지가 충분하다.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관세인상을 고려한다면그것은 조정관세로 충분하다.시절이 바뀌면 정 책도 바뀌어야 한다.그렇다 하더라도 단기적인 정책적 필요에 의해 관세체계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자칫 「어설픈 불장난」이 될 수 있다.정책의 실효성,산업정책적 시사점,국제규범의 추세 등을 고려할때 관세체계개편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정수 본사 전문위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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