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쟁점><전문가의견>재즈 과열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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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필자가 85년 「아트블래키와 재즈 메신저스」의 한 앨범을 국내 라이선스음반으로 출반하면서 재즈의 동향을 피부로 감지했을 당시 국내재즈의 흐름은 극소수의 뮤지션및 주한 미군 군악대 멤버들의 라이브 무대가 고작이었고 레코드의 경우에도 수입은 감히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후 개방화와 소수 재즈동호인및 음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고조되면서 차츰 재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정립돼 갔다.
사실 재즈는 상업음악이 아니다.미국이 자랑하는 현대음악,또는전통음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악이 나오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음악적 특성.기법 그리고 재즈계의 거장및 스타일리스트등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은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이 배제된 채 현재 국내에서는 재즈란 낱말이 너무 쉽게 남용돼 많은 사람들의 재즈에 대한 인식이 혼동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재즈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그동안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해냈고 정치.사회적인 사건들과 맞물려 스타일의 변화를 거듭해왔다. 최근 국내의 재즈열풍을 재즈에 대한 몰이해 및 전도된 인식의 상태에서 감각적이고 일시적인 유행의 패션정도로 획일시하는 것은 커다란 편견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최근 유행의 이면에 「거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거품은 필경 곧 가라앉고 말 것이다.
이웃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예가 입증하듯 메인스트림이라는 거대한 줄기를 외면한 채 극히 지엽적인 면만 주시하고 전체인줄 착각하는 것은 금방 흔적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과연 한국에서 재즈의 열풍은 그 자체가 거품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그렇지는 않다.
새로운 예술형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듯 이제 곧 우리나라의 재즈보급은 소수 열광자들에 의해 이끌어져 나갈 것이고,역사의식과 함께 흐름의 방향도 예측하면서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스타일리스트 들도 머지않아 탄생할 것이다.
예술적인 측면과 대중적인 측면을 함께 병행하면서 국내의 몇몇뮤지션들이 이미 그 시동을 걸었다.
백승호 재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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