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 핵 냉각탑 폭파 중계 위해 한국 포함 6자회담국 방송사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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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핵 시설 냉각탑. 미국 스탠퍼드대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일행이 2월 영변을 방문해 찍은 것이다. [중앙포토]

북한이 조만간 핵 신고서를 제출하고 난 뒤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했으며 이를 전 세계에 중계하기 위해 한국 방송사와 미국 CNN 등 6자회담 참가국 언론사를 초청했다고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2일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냉각탑 폭파 취재를 목적으로 5개국에서 각 1개 언론사를 상대로 방북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측 방송사로는 MBC가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핵 신고서 제출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의회 통보, 냉각탑 폭파 등 일련의 일정은 26일에서 28일 사이에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차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하는 6자회담 프로세스=김 본부장은 이날 “북한은 조만간 핵 신고서를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며 신고서 제출 시 미국도 약속된 상응조치(테러지원국 해제 절차 착수)를 이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고서가 제출되면 즉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필요하며 여기서 신고서 내용을 평가하고 어떻게 완전성과 정확성을 검증하느냐 하는 검증 및 모니터링 방안을 협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조만간 신고서 제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18일 밝혔고, 한국 측 소식통은 그 시기가 이번 주 중이 될 것임을 본지에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연말을 시한으로 설정했던 신고서 제출이 6개월을 지체한 끝에 비로소 실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들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돼 왔던 6자회담도 이변이 없는 한 이달 말 또는 7월 초 재개될 전망이다.

냉각탑 폭파는 6자회담의 결과물을 가시적으로 전 세계에 보여 주는 이벤트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냉각탑 폭파의 정치적·상징적 의미에 비해 실질적인 의미는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영변 핵 시설 자체가 노후화한 데다 핵심 부품 제거 등 불능화 조치의 진행으로 냉각탑 폭파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검증과 핵무기=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치가 발효하기까지는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한 날로부터 45일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의회가 해제 조치에 반대하는 법안을 제출해 통과시키면 행정부의 의회 통보 조치는 무효가 된다.

문제는 의회 내에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신고서가 제출돼 내용이 공개되고 나면 미국 내에서 역풍이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이스 장관도 “45일의 기간 동안 (신고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검증에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더구나 6자회담 최종 단계의 논의 대상인 핵무기 폐기 협상은 부시 행정부가 물러나고 차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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