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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개혁 목소리 없는 한나라당 지도부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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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희태·정몽준씨가 합류함에 따라 7월 3일 한나라당 지도부 경선에 나서는 후보는 8명이 됐다. 정권이 출범 4개월 만에 위기를 맞은 상황이어서 이번 전당대회는 의미가 각별하다. 당은 국민으로부터 5년간 정권을 위임받은 집권당이다. 그러므로 전당대회는 4개월의 국정을 반성하고 정권이 무엇을 개혁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대토론회이자 정신적 분수령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당 안팎을 보면 개혁이나 쇄신의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누구는 총선 공천도 못 받은 올드 가이(old guy)다, 대통령이 현대건설 출신인데 당 대표도 현대중공업이냐, 친박이 많지만 박근혜가 진짜 미는 후보는 누구다, 대통령·대통령실장·원내대표가 모두 영남인데 당 대표는 수도권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얘기만 무성하다. 여성 출마자 중 최고득표자는 전체 순위와 상관없이 무조건 최고위원이 되는 이상한 제도도 있다. 이는 여성이 무시를 자초하는 것이다. 이럴 바엔 여성 최고위원을 모두 지명으로 하는 게 낫다.

대선·총선에서 이기면서 한나라당은 긴 터널을 벗어났다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래서 7월 전당대회는 10년 만의 집권과 압도적인 지지율을 노래하는 축제가 될 걸로 많은 이가 꿈꿨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권은 집권 4개월 만에 가장 깊고 빠르게 추락한 기록을 세웠다. 당은 평소에 선거를 많이 치러 정부보다 민심을 더 잘 안다고 자랑했고 긴밀한 당정 협조를 강조했다. 그런 당이 쇠고기 사태는 예측조차 못했다. 그래 놓고는 막상 일이 터지자 모든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떠넘겼다. 전당대회는 당의 무책임 체질과 느슨한 문제의식, 허술한 체제를 정비하는 새 출발이 돼야 한다. 대통령만 새 출발을 할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