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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고 몸에도 좋은 음료수로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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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호 32면

‘자연이 준 기적의 물’. 바로 식초를 일컫는 말이다. 식초의 역사는 3000년이 넘는다. 구약 성서 모세 5경에는 ‘술 식초와 와인 식초’가 등장한다. 클레오파트라가 식초에 진주를 녹여 마시거나 얼굴에 발라 미모를 유지했다는 말도 전해 내려온다. 나라마다 즐겨 먹는 식초의 종류는 다르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식초 원료로 쌀을 주로 사용해 왔다. 프랑스에선 포도 식초를, 미국에선 사과 식초를 주로 먹었다고 한다. 미국의 장수마을인 버몬트 주민들은 하루에 식초 두 스푼을 꿀에 타 먹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식초는 요리에 사용하는 조미료나 환자들이 먹는 약용식 정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요즘엔 다르다. 음료수처럼 마시는 식초가 잇따라 나오면서 식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마시는 식초’가 건강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다양해진 ‘마시는 식초’

과실 식초는 달고 상큼
1990년대 후반 감식초를 물에 타 마시는 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감식초란 감으로 만든 식초다. 감식초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꽤 인기를 끌었지만 2년이 채 안 돼 인기가 시들해졌다. 식초 고유의 신맛과 향 때문에 물로 희석해도 마시기 힘들었던 탓이다.

마시는 식초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식초에 벌꿀·석류즙·사과즙 등을 첨가해 일반인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들이 등장하면서다. 이런 제품은 대부분 식초 양의 세 배 정도 물을 부어 마시는 형태다. 쉽게 먹을 수 있고 맛도 좋아 달콤새콤한 음료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대상의 신동광 대리는 “감식초는 ‘몸에 좋기 때문에 괴로움을 참으면서라도 먹어야 하는 약’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요즘 나오는 마시는 식초들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료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말 대상 청정원이 내놓은 ‘마시는 홍초’는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사과나 석류 등 과실즙을 주 원료로 만들며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당시 대상은 탤런트 한채영을 모델로 내세워 식초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점을 부각시켜 젊은 여성 고객을 끌어들였다. 대상에 이어 CJ도 마시는 식초 ‘미초’를 출시하며 식초 시장은 양강 구도가 됐다. CJ ‘미초’는 사과를 발효시킨 천연 식초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상의 홍초가 주정(전분을 원료로 하는 에틸알코올)을 희석한 뒤 사과즙이나 석류액을 넣어 발효시킨 주정 식초라는 점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곡류 식초는 깊고 감칠맛
샘표는 현미를 재료로 쓴 곡류 식초를 선보였다. 식초는 크게 과실 식초와 곡류 식초로 나뉘는데 샘표는 대상·CJ의 과실 식초에 맞서 곡류 식초를 내놓았던 것이다. 곡류 식초는 과실 식초보다 단맛이 덜하고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난다. 샘표 제품은 현미 식초 가운데서도 ‘흑초’로 불리는 것으로 현미의 함유량이 높아 색깔이 흑색에 가깝다. 일반 현미 식초는 1L를 만드는 데 40g가량의 현미가 들어가는데, 흑초엔 180g 이상 들어간다. 흑초는 원래 1500년 전 중국 진강 유역에서 제조해 먹던 식초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많이 먹는다. 오뚜기 ‘마시는 오곡 식초’도 흑초에 오곡 농축액을 넣어 만든다. 사조해표는 ‘마시는 식초음료 24초’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감식초를 주 원료로 쓰면서 홍삼액이나 석류액 등을 섞어 만든다.

국내 마시는 식초 음료 시장 규모는 쑥쑥 커 가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는 500억원으로 지난해(400억원)보다 2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은 대상 청정원의 ‘마시는 홍초’로 60%를 차지한다. 2위는 CJ의 ‘미초’로 시장 점유율은 20~30% 정도다. 나머지는 샘표·오뚜기·사조해표 등이 분점하고 있다. 마시는 식초 시장이 커지면서 식초 음료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CJ의 ‘미초 블루베리’나 오뚜기의 ‘그대로 마시는 흑초’는 물을 타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제품이다. 샘표도 음료수처럼 마시는 식초를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수입 식초도 인기
수입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입품 대부분은 식초 음료가 발달해 있는 일본에서 들어온다.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은 미쓰칸(Mizkan)의 ‘준켄마이 쿠로즈’. 별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수 흑초 원액으로 물을 5~10배 정도 타 먹어야 하는데 식초 매니어 사이에 인기가 높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500mL에 1만5000~2만원에 팔린다. 또 일본 기코만의 ‘하치미쓰 유즈스’는 유자로 만든 식초로 젊은 층이 좋아한다고 한다. 500mL 한 병에 1만5000원. 매크로통상의 이향경 브랜드 매니저는 “강남의 고급 백화점에서는 1L에 5만원이 넘는 고가의 일본 식초들까지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식초 음료는 피로 회복이나 숙취 해소,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식초를 아예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과일을 갈아 이스트를 넣고 6개월 정도 두면 과일 식초가 된다. 현미를 갈아 누룩과 이스트를 섞은 뒤 물을 넣고 6개월 정도 두면 현미 식초가 된다.
 
식후 한 잔씩 하루 세 번
세 배로 희석해 먹는 식초 음료는 하루 세 번 식후에 종이컵 한 잔 정도 분량으로 마시면 된다. 식초 원액이라면 성인을 기준으로 소주 한 잔 정도를 하루 세 차례 나눠 마신다. 공복에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식전에 식초를 마시면 식초의 산 성분이 위를 자극해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식초를 처음 먹는 사람이 식초 원액을 마시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마시기에 좋은 식초는 산도 0.7~1% 정도이므로 제품에 써 있는 산도를 보고 희석해 먹으면 된다. 처음엔 희석해 먹는 과일 식초로 시작한 뒤 익숙해지면 차차 곡류 식초나 식초 원액으로 넘어가는 게 좋다.

식초는 물뿐 아니라 우유나 토마토 주스에 섞어 마셔도 좋다. 우유와 식초를 함께 먹으면 칼슘 흡수율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식초를 처음 먹을 땐 일시적으로 속이 메슥거리거나 설사·변비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약효 성분이 몸에 적응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2, 3일이 지나면 없어진다. 식초의 효능 중 대표적인 것은 피로 회복 효과다. 운동을 한 뒤에는 몸속에 젖산이 쌓여 피로를 유발하는데 식초가 젖산을 줄여 준다. 또 식초에 함유된 미네랄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기 때문에 피부 미용이나 비만 예방에도 좋다는 주장도 있다. 샘표식품연구소 이종열 연구원은 “식초는 꾸준히 마셔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간 기능을 높여 주기 때문에 숙취 해소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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