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책읽기] 쓰촨 지진에 맞선 중국인들 감동 다큐멘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중국 원촨 대지진 실록(抗震救災紀實)
신화통신사 편집부 엮음
신화출판사 2008년 345쪽 32위안

중국과 세계를 놀라게 한 쓰촨(四川)성 원촨(汶川) 대지진이 발생한지 한달이 넘었다. 사망자 7만명, 실종자를 포함하면 9만여명이 희생된 대참사의 여진은 아직도 대륙을 흔들고 있다. 지금도 관영방송인 중국중앙방송(CCTV)은 재난 구호 특별 생방송을 계속하고 있다.그만큼 이번 대지진의 상처가 깊다는 얘기다.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올림픽을 검소하게 치르자는 얘기마저 나돈다.

이처럼 한달 이상 중국 전역을 충격과 전율 속에 빠뜨린 대지진 사태를 중국의 출판계도 발빠르게 기록하고 있다. 지진 관련 서적들이 베이징 시내 주요 서점과 일간지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속속 오르고 있다.

지진을 주제로 다룬 책들 중에서 외문(外文)출판사가 펴낸 『원촨!원촨!강진이 중국을 응집시켰다(强震應聚中國)』는 베이징의 지식인들이 즐겨 보는 일간지 신경보(新京報)의 베스트셀러 목록 1위에 올랐다. 지진이란 천재(天災)를 당한 13억 중국인들의 단결과 통합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항진(抗震)정신-인터넷실록(網絡眞情實錄)(신세계출판사)』은 2억 명을 넘어선 중국 네티즌 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기록한 것이다. 이 밖에도 『불굴의 국혼(國魂)』,『대지진 실록-우리는 함께했다(我們在一起)』,『기억하라 이 영원한 순간을』등이 소개됐다.

이런 책들 중에서 『중국 원촨 대지진 실록(抗震救災紀實) 』은 신화통신사 편집실이 발간한 책이다. 관영 통신사의 공식적인 기록물이다. 지진이 발생한 시점(5월12일 오후 2시28분)부터 중국 정부의 공식 희생자 애도일(19일)까지 8일간을 생생한 다큐멘터리 식으로 기록했다. 첫 머리에 “원촨 지진으로 희생된 동포와 지진 구호 활동을 벌인 영웅들에게 바친다”고 밝혔을 정도로 비장감이 돈다.

책을 보면 지진 발생 초기 중국 지도부의 신속한 대응이 우선 눈길을 끈다. 사고 발생 사실을 쉬쉬하며 감추기 급급했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중국 지도부는 서방 사회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반응했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 주석은 지진 발생 몇 시간 만에 정치국 회의를 소집했고 앞서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지진 발생 2시간 만에 전용기에 탑승해 대책을 진두 지휘했다. 과거에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행정의 대명사로 비아냥을 샀던 중국 정부로서는 이번 지진을 통해 불명예를 상당 부분 벗는 의외의 수확을 거뒀다.

초기 대응 뿐 아니라 지진 구호 작업도 전에 없이 신속하고 체계적이었다. 무장경찰과 인민해방군이 속속 동원됐다. 각지에서 구호 물자도 쓰촨으로 집중됐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중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진 현장으로 달려간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지갑을 열어 구호 성금을 냈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타인에 대한 배려 등 중국 사회의 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들이다.

여진의 공포 속에 끊어진 도로와 통신을 복구하고 긴급 구호 물자를 수송하는 장면들을 기술한 대목들은 긴박감을 더한다. 매몰 72시간이 다가오면서 후진타오 주석이 “시간이 곧 생명”이라고 말하면서 피 말리는 구호 작업은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생명의 기적들이 릴레이를 이뤘다. 그러나 그런 기적도 시간과의 싸움에서 궁극적 승자가 될 수는 없었다.

중국 정부는 지진 발생 8일째인 19일부터 3일간 공식 애도 기간을 설정했다. 중국 전역이 애도분위기에 휩싸였다.

천안문(天安門)광장에 몰려든 3만 명의 군중을 비롯한 13억 중국인들은 눈물에 젖어 “중국 힘내라(中國加油)”를 울부짖었다. 마치 항일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하듯 자연재해에 의연하게 맞서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투쟁과 호소는 가득한 데 차분하게 자성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아 아쉬웠다. 왜 학교 건물들이 유독 처참하게 무너져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됐는지, 불과 한 달 후에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지진 희생자는 불과 6명에 그쳤는지. 이런 의문에 분명한 답을 주려는 출판계의 노력도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