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직선제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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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 격)가 6일 홍콩의 민주화 개혁은 중앙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홍콩의 민주파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홍콩의 자치와 민주를 짓밟는 결정"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홍콩 기본법 부칙에 있는 행정수반 선출(부칙Ⅰ 제7항)과 입법회 의원 선출(부칙Ⅱ 제3항)의 해석과 관련해 ▶행정장관 선출 방식은 2007년부터 변경 가능하나 ▶행정장관이 전인대 상무위에 기본법 개정을 보고하면 상무위가 이를 표결해 행정장관에게 회답한다는 방안을 찬반 투표 끝에 통과시켰다. 2008년 있을 입법회 의원(60석 중 절반만 직선)의 직선제 확대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표결 결과는 찬성 1백55표, 기권 1표였으며 반대표는 없었다.

전인대 관계자는 "중국은 단일제(單一制)국가이지 연방제 국가가 아니다"며 "홍콩은 지방정부 중 하나이며 권력을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선거제도 변경은 행정장관이 중국 전인대에 이를 보고한 후→전인대 표결을 거쳐→홍콩 입법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삼중(三重)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홍콩 행정장관은 형식상 5년마다 800명의 선거인단이 뽑도록 돼 있으나 사실상 중국의 최고 실권자가 내정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홍콩의 민주파 정당.시민단체들이 주장해왔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원칙에 따라 홍콩인들이 선거제도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묵살해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민주파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기본법 사망'을 선언했다. 민주파 의원들은 "이번 결정은 홍콩의 헌법이나 다름없는 기본법의 골격을 뒤흔들고 정치개혁의 싹을 자른 것"이라며 "기본법 개정권은 엄연히 입법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홍콩 섬 센트럴에서 98시간째 벌였던 '중앙정부의 기본법 해석권 반대를 위한 연좌 시위'를 중단하고 정부 종합청사까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오는 11일엔 수만명의 시민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기본법 개정권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질 경우 지난해 '홍콩판 국가보안법'입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친중.반중 세력의 격돌도 우려된다.

한편 홍콩 중문대의 아태연구소는 홍콩인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58.9%가 2007년 행정수반 직선제를 실시하는 데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세명 중 한명 꼴로는 중앙정부가 2007년 홍콩 행정수반 직선을 절대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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