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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첫승 합창' 새내기 감독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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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새내기 감독 3인방이 개막 이튿날 나란히 첫승을 따냈다. 두산 김경문(46).LG 이순철(43).롯데 양상문(43)감독. 4일 개막전에서 모두 져 선배 감독들에게서 한 수 배웠던 세 사람의 소감은 남달랐다.

"감독 자리가 이렇게 외로운 줄 몰랐다. 그러나 멋있는 자리다."(김경문) "첫 게임에 지고 위로 전화를 많이 받았다. 현역 때와 많이 다르지만 이기니 좋다."(이순철) "쉽게 지지 말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지는 데 익숙했던 지난날은 잊힐 것이다."(양상문)

비록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세 젊은 감독은 2004 시즌의 새 바람이다. 스승이나 다름없는 전임 감독들의 그림자도 물론 깔려 있다. 그러나 권위적이었던 더그아웃의 감독석을 치우고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젊은 감각이 눈에 띈다. 훈련 때면 그라운드에 널린 공을 막내 선수들과 함께 치우는 모습도 보인다. 빠른 템포의 야구를 구사하는 세 감독이 프로야구의 활기를 되살리고 있다.

▶뚝심의 야구 - 두산 김경문 감독

전임 김인식 감독처럼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다. 5일 기아전에서도 번트보다 치고 달리기.도루 작전을 감행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단 여기에 '허슬(hustle.활기 넘친 행동)'이 보태져야 한다. 포수 출신인 김감독의 현역 때 등번호(22번)를 물려받은 포수 홍성흔은 "다른 건 봐줘도 게으른 건 못 보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김감독은 5일 홈경기 승리 수훈선수 한명을 뽑아 달라는 구단 요구에 네명을 뽑았다.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올린 1루수 장원진, 타구에 발을 맞는 위험을 무릅쓰며 수비를 한 투수 레스 등이다.

▶신바람 야구 - LG 이순철 감독

이감독은 5일 문학 SK전에서 중반까지 일절 작전을 내지 않았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회 SK 내야를 흔든 권용관의 기습 번트, 3.4회 박용택의 두 차례 도루 등은 선수 스스로 만든 창의적 플레이였다.

이감독은 "LG 야구가 원래 이랬다. 야구를 알고 하는 작은 부분들이 승리의 결정적인 순간들"이라며 1990년대 LG를 일으켰던 '자율 야구'를 강조했다.

그러나 9-6으로 앞선 9회초 무사 1루 때 번트 작전을 시도한 장면에선 이기는 경기를 철저히 낚으려는 승부사의 면모도 보였다.

▶테크닉의 야구 - 롯데 양상문 감독

롯데는 5일 대구 삼성전에서 네 차례나 희생번트를 댔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결국 대 삼성전 3연패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승리를 챙겼다.

양감독은 "우리 팀은 거포가 없다.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야구보다 이기는 야구에 중점을 뒀다. 팬들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석사 출신의 명투수답게 데이터 분석과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LG 투수코치 때 모셨던 김성근 전 감독의 모습과 흡사한 장면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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